백약이 무효인 '지방소멸'... 정부 89곳 콕 찍어 지원한다

입력
2021.10.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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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과 전남이 16곳으로 가장 많아
인구증감률과 고령화비율 등 8개 지표 반영
2067년 95% 지역 소멸위기

정부가 전국의 인구감소지역 89곳을 지정하고 본격적인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갈수록 심화하는 인구감소 문제가 국가균형발전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지만, 중앙정부나 각 지자체 차원의 일시적 대책만으로는 해법을 찾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행정안전부는 18일 “전국 11개 시도 89개 자치단체를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89곳 중에서는 문경시와 안동시 등이 있는 경북, 고흥군과 곡성군 등이 포함된 전남이 16곳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강원(12곳)과 경남(11곳), 전북(10곳), 충남(9곳), 충북(6곳) 순이었다.

광역시와 수도권 중에서는 부산이 영도구를 포함해 3곳이었고, 대구와 인천 경기가 각각 2곳씩이었다. 이들 지역 대부분은 저출산과 젊은층 인구 유출 등 인구감소의 원인이 되는 핵심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하지만 출산지원금과 일자리 확보 등 지자체 차원의 대책만으로는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감사원이 지난 8월 공개한 인구구조 변화 대응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시·군·구 229개 중 83개(36.2%)가 소멸 위험 지역이었지만 30년 후인 2047년에는 157개(68.6%), 50년 후인 2067년에는 216개(94.3%)로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2018년 합계출산율(0.98명)이 지속된다는 가정하에 내린 결론으로 출산율이 더 하락하면 소멸위험 지역 증가 추세도 더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인구감소지수 평가는 총 8가지 지표를 반영해 이뤄졌다. 구체적으로 연평균 인구증감률과 인구밀도, 청년순이동률, 주간인구, 고령화비율, 유소년비율, 조출생률, 재정자립도가 반영됐다. 인구감소 지정은 지난 6월 국가균형발전특별법 개정에 따른 후속 조치다. 특별법 시행령 15조에 따라, 정부는 인구감소지역을 지정하고 이에 대한 재정적ㆍ행정적 지원의 폭을 더 구체화할 수 있게 됐다.

인구감소지역에 대한 지원은 향후 구체화될 예정이다. 다만 행안부는 이번 지정을 통해 상향식 인구활력계획을 수립하는 한편, 내년부터 매년 1조 원씩 10년간 신설되는 지방소멸대응기금과 2조5,600억 원 규모의 국고보조금 등 재원 지원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또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을 제정해 지원 근거를 체계화하고, 최근 발표한 초광역협력 지원 방안을 통해 지자체 간 상호협력 추진도 유도해 이들 지역에 대한 대책의 실효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행안부는 인구감소지역 지정은 5년 주기로 이뤄지는 게 원칙이지만, 인구감소 상황을 추가로 검토해 2년 후 지수를 재산정하고 추가 지정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89곳을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했지만 전체 국토면적에서 이들 지역이 차지하는 비율을 고려하면 서울과 부산 등 일부 대도시 주변을 제외한 사실상 전국의 모든 지역이 인구감소 문제에 직면해 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초광역협력 지원처럼 행안부뿐 아니라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등 유관 부처와 각 지자체가 얼마나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인구감소지역 문제 해결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전해철 행안부 장관은 "인구감소지역 지정은 국가균형발전과 밀접하게 관련된 지역인구감소 문제 해결을 위한 출발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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