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코로나19 방역체계가 단계적 일상 회복을 뜻하는 ‘위드 코로나’로 전환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면서 2년 가까이 큰 어려움을 겪었던 영화계와 대중음악 공연계가 조금씩 기지개를 켜고 있다. 할리우드 대작 영화들이 속속 개봉하고, 대중음악 콘서트도 겨울 성수기 공연 준비에 나서고 있다.
18일부터 31일까지 2주간 영업시간 제한과 모임 인원 제한이 일부 완화되면서 영화관 업계는 다소 숨통이 트이는 분위기다. 수도권은 거리두기 4단계가 유지되지만 운영 시간이 기존 밤 10시에서 밤 12시로 연장됐고, 수도권을 제외한 전 지역은 1~3단계여서 운영시간에 제한이 없다. 평일 관객이 주로 저녁 시간에 집중되는 것을 감안하면 극장을 찾는 관객 수는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조성진 CGV 전략지원 담당은 “관객 수가 이전 대비 25~30%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며 “관객 수가 늘어나면 주요 영화 배급사들도 개봉작을 늘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장 발빠른 곳은 할리우드 영화 배급사들이다. 사실상 위드 코로나가 시작된 미국과 유럽 시장에 맞춰 대작들을 잇달아 개봉하고 있다. 지난여름 ‘블랙 위도우’를 시작으로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 이어 최근 ‘007 노 타임 투 다이’를 개봉했다. 또 20일 ‘듄’에 이어 ‘이터널스’(11월 4일)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12월) 등을 공개할 예정이다. ‘모가디슈’ ‘싱크홀’을 내놓은 뒤 다시 관망세를 유지하던 한국영화계도 윤계상 주연의 ‘유체이탈자’를 필두로 화제작들의 연말 개봉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조성진 담당은 “영화관 운영 시간 확대와 영화관에 대한 관객들의 거부감 감소, 내달 재개될 것으로 보이는 정부의 소비쿠폰 발행 등이 맞물리면서 한국영화 개봉작들이 11월 하순부터 크게 늘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대중음악 공연계는 여전히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공연장 운영 시간이 밤 10시에서 자정으로 연장됐을 뿐 공연장으로 등록된 정규 시설에서만 콘서트를 열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어서다. 현재 가능한 공연은 등록 공연장에서 열리는 소규모 콘서트다. 정규 공연장의 경우 회당 최대 5,000명까지 관객 입장이 가능하지만 거리두기 지침을 지키며 이 정도의 관객이 모일 수 있는 시설은 거의 없다. 거리두기 3단계인 수도권 외 지역도 비등록 공연장에선 ‘6㎡당 1명’ ‘최대 관객 수 2,000명 이내’라는 조건을 충족시켜야 해 사실상 공연 개최가 어렵다. 대중음악 공연에 유난히 까다로운 지침 탓에 10월로 예정됐던 야외 대중음악 축제인 그랜드민트 페스티벌과 DMZ피스트레인은 취소됐다.
다만 11월 이후 일부 가수들은 소규모 공연 위주로 오프라인 공연을 재개할 계획이다. 싱어송라이터 적재는 내달부터 전국 4개 도시를 도는 투어를 준비 중이고 가수 원호, 폴킴, 그룹 위너의 강승윤, 그룹 에픽하이 등도 오프라인 콘서트를 연다. 개최 취소 가능성을 감수하고 준비 중인 콘서트도 있다. JTBC 음악 경연 프로그램 ‘슈퍼밴드2’ 출연진은 내달 5, 6일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옛 체조경기장) 무대에 선다. 그룹 트와이스도 12월 말 같은 장소에서 콘서트를 열 계획이다. 이곳은 공연장으로 등록된 시설이 아니어서 거리두기 4단계가 이어질 경우 콘서트를 열 수 없다. 이달 초 경기 가평군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은 내달 5~7일로 일정을 연기했는데 이곳 역시 4단계 유지 시 오프라인 공연을 취소해야 한다.
K팝 가수들은 위드 코로나가 시작된 해외에서 먼저 대규모 공연을 열며 활동을 재개한다. 방탄소년단은 내달 2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공연을 시작으로 2년 만에 오프라인 콘서트를 연다. 총 30만 석 규모의 네 차례 공연 티켓은 발매 즉시 모두 매진됐다. 그룹 베리베리, 몬스타엑스도 12월 미국 콘서트를 확정했다.
고기호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 부회장은 “공연 특성상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 이상 준비해야 하는데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지침에 따라 취소될 경우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된다”며 “위드 코로나 지침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대중음악 공연계의 입장이 배제되지 않도록 다양한 의견을 수용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