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어게인 평창’ 원치 않아... 남북이 ‘종전선언’ 견인해야”[中 전문가 인터뷰]

입력
2021.10.27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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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춘푸 中 난카이대 한국연구센터 교수]
"올림픽 계기 종전선언 중국 역할 너무 부각
 중국과 경쟁하는 미국이 결코 원치 않을 것
 미국의 전향적 태도 변화 남북이 이끌어야
 정상회담과 분리해 종전선언 먼저 할 수도"


올림픽은 한낱 스포츠 행사가 아니다. 때론 국제정세의 중요한 변곡점이 되기도 한다. 2018년 평창이 그랬다. 27일로 꼭 100일 남은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한반도 종전선언’의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다.

하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중국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리춘푸 난카이대 한국연구센터 교수는 26일 본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미국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전제조건으로 달았다. 그는 “올림픽 계기 종전선언은 중국 역할이 너무 부각돼 미국이 원치 않을 것”이라며 “남북한과 중국은 ‘어게인 평창’을 원할지 몰라도 미국의 생각은 다르다”고 말했다. 리 교수는 “종전선언은 정치적 행위에 불과하지만 이를 통해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연결시킬 수 있다”면서 “그렇다고 미국이 빠진 종전선언은 의미가 없으니 한반도의 주인공인 남북이 먼저 대화와 합의를 통해 북미관계를 견인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남북 정상이 베이징에서 만날까.

“낙관적이지 않다. 미국은 평화 담론에 관심이 없다. 북핵 문제도 상당히 후순위로 밀렸다. 미국의 입장 변화가 없는데 문재인 정부가 획기적으로 나설 수 있을까.”

-문 대통령이 재차 종전선언을 제안했다.

“종전선언은 간단하다. 정치적 선언이고 가역적이다. 적대시 정책을 실제 철회하느냐는 다른 문제다. 심지어 평화협정을 깨고 전쟁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은 종전선언을 평화협정 조항으로 넣자고 한다. 종전선언에 미국이 빠지면 무슨 의미가 있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베이징에 올까.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북한은 미국을 상대하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6월 시진핑 주석이 평양을 방문했고 열흘 뒤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이 만났다. 한국에서 곧잘 간과하는 부분이다. 북한은 코로나에 민감하다. 그래도 평창올림픽처럼 새로운 길을 열 수 있다. 북한은 최근 태도를 바꿨고 한국은 상당한 의지가 있다. 중국도 긍정적이다. 미국만 당시와 다르다. 레토릭(수사)에 그쳐 행동이 없다. 북한을 설득할 수 있겠나.”


-올림픽이 아직 100일 남았는데.

“남북이 화상으로 정상회담을 하든 일단 대화를 해서 일을 저질러야 한다. 종전선언의 핵심은 당사자인 남북과 북미의 적대관계다. 특히 종전선언이 지속 가능하려면 평화협정도 맺고 비핵화도 해야 하는데 중국이 빠지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베이징올림픽의 정치적 의미는.

“올림픽은 미국이 경쟁자 중국을 견제하고 압박하는 수단이다. 보이콧 주장이 누그러져 먹히지 않고 있지만 미국은 올림픽 정신을 계속 정치화할 것이다. 따라서 시기적으로 올림픽에 맞춘 종전선언에 미국은 부정적이다.”

-종전선언은 정상회담에서 해야 하나.

“남북중미 4개국 정상이 만나 종전선언을 하기는 쉽지 않다. 외교장관들이 먼저 해도 된다. 정상회담은 종전선언 의미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굳이 패키지로 하지 말고 남북이 먼저 하는 것도 방법이다. 미국을 변수로만 볼 필요는 없다. 중국은 남북대화와 한반도 정세 안정을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

-북한 선수단 참가자격이 정지됐는데.

“왕이 외교부장이 지난달 한국에 가서 ‘정치적 의지만 있으면 하루에도 역사적 일을 이룰 수 있다’고 했다. 중국은 주최국으로 역할을 다할 것이다. 중요한 건 남북이다. 평창올림픽 때는 군사훈련을 중단하며 온갖 노력을 했는데 이번에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아 의아하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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