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 직장인 A씨는 최근 딱히 먹은 것이 없는데도 자주 체하고 두통과 어지럼이 반복돼 신경과를 찾았다. ‘전정편두통(vestibular migraine)’ 진단을 받았다.
전정편두통은 흔히 ‘두통성 어지럼증’으로 부른다. 어지럼증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전정편두통 환자는 고개를 움직이거나 일상생활을 할 때 구역ㆍ구토 증상을 동반한 두통과 어지럼증을 반복적으로 느낄 수 있으며 증상이 길게는 사흘간 지속될 수 있다.
이익성 순천향대 부천병원 신경과 교수는 “재발성 어지럼증은 전정편두통ㆍ메니에르병ㆍ이석증 같은 양성 질환으로 발생할 때가 대부분이지만 드믈게 뇌졸중 같은 위험한 원인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따라서 관련 증상이 있다면 어지럼증을 전문 진료하는 의사에게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전정편두통을 진단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전정편두통과 증상이 비슷한 다른 질환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등 뇌 영상 검사로 소뇌 부위에 두통과 어지럼증을 유발할 만한 이상이 없는지 확인한다.
뇌에 구조적인 이상이 없다면 평형 기능 검사와 청력 검사를 통해 이석증ㆍ메니에르병 등 다른 질환 여부를 확인한다.
전정편두통의 치료 목표는 증상 재발 빈도와 강도를 줄여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어지럼증이나 두통 때문에 한 달에 5일 이상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다면 편두통 예방약을 매일 복용해야 한다.
먹는 약으로 증상이 조절되지 않거나 부작용으로 먹는 약을 쓸 수 없다면 ‘보톨리눔독소’를 두피에 주사하거나 ‘칼시토닌 유전자 관련 펩타이드(CGRP) 표적 편두통 예방 치료제’ 주사를 맞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이익성 교수는 “전정편두통을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두통과 어지럼증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고, 증상이 만성화돼 치료가 어려워진다”며 “본인에게 맞는 편두통 예방약을 3개월 이상 꾸준히 복용하면 두통과 어지럼증 빈도와 강도를 줄여 일상생활이 가능하다”고 했다.
전정편두통 환자가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공복이다. 6시간 이상 공복이 지속되면 두통과 어지럼증이 더 잘 발생하므로 아침 식사를 적게라도 꼭 먹어야 한다.
기상 직후 매번 두통과 어지럼증이 생긴다면 취침 전에 우유 한 잔이나 간단한 간식을 먹으면 수면 중에 혈당이 과도하게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뇌혈관을 수축하는 티라민이 많이 함유된 치즈ㆍ식초ㆍ초콜릿ㆍ양파ㆍ포도주ㆍ호두ㆍ콩ㆍ파인애플ㆍ바나나ㆍ시금치ㆍ요구르트 등은 편두통을 악화시킬 수 있으니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
MSG나 아질산염도 과다 섭취하면 편두통을 유발할 수 있고, 커피는 아메리카노 기준 하루 한 잔 이하로 복용하는 것이 권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