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14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정직 2개월 징계 처분을 적법하다고 판단한 데는 '윤 전 총장이 채널A 사건 감찰과 수사를 방해했다'는 법무부 주장을 받아들인 게 결정적이었다. 감찰과 수사에 개입했으며 부당하게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지시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중대 비위행위를 저질렀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법원은 더 나아가 감찰을 중단시키고 자문단을 소집하려고 했던 의도에 대해 의문을 던지면서, 한동훈 검사장(당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에게 눈을 돌렸다.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폰이 압수됐다는 사실을 보고받자 곧바로 자문단 소집을 지시하고, 한 검사장과 관련된 감찰을 중단시켰다’며, 윤 전 총장이 한 검사장을 보호하려 했다고 봤다. 당시 일었던 '측근 감싸기' 논란을 법원이 인정한 셈이다.
한국일보가 15일 윤 전 총장이 패소한 징계처분 취소소송 1심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재판부는 '채널A 사건에 대한 감찰과 수사 방해' 징계 사유의 정당성 여부를 따지는데 판결문의 3분의 1가량을 할애했다. 재판부는 "윤 전 총장은 수사에 개입하지 않거나 최대한 개입을 자제할 의무가 있지만, 이 같은 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해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특히 윤 전 총장의 징계 사유를 설명하며, 반복적으로 '한동훈 검사장' 이름을 거론했다. 채널A 사건 자체를 ‘한 검사장이 관련된 사건’으로 칭하고, 윤 전 총장이 소집을 지시한 자문단 역시 '한 검사장에 대한 기소 여부를 안건으로 심의하기 위한 것’으로 설명했다.
재판부는 '윤 전 총장의 최측근' 관련 사건이기 때문에 그가 더욱 감찰과 수사에 개입해선 안 됐다고 강조했다. “한동훈 검사장은 과거 대검 중수부를 포함해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특별검사팀 등 5차례나 함께 일하는 등 윤 전 총장의 최측근으로 인식되고 있었다”며 “그런 상황에서 총장은 개입을 자제해 검찰사무의 공정성을 보장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윤석열 전 총장 스스로도 지난해 6월 한동훈 검사장이 피의자로 특정되자, 다음날 수사지휘권을 대검찰청 부장회의에 위임하고 손을 떼겠다고 밝혔던 점에 주목했다. '관여하지 않겠다'던 윤 전 총장이 이후 자문단 소집을 지시한 것을 두고 재판부는 "한 검사장의 휴대폰 압수수색 사실과 또 다른 피의자인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측의 수사자문단 소집 요청 사실을 보고 받았기 때문"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윤 전 총장의 이 같은 지시가 ‘수사 개입’이라고 봤다. “자문단 심의 대상에는 한 검사장 기소 여부도 포함될 텐데, 휴대폰 압수수색 외에는 별다른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한 검사장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사건을) 일찍 종결시키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의심을 살 수 있는 부당한 조치였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윤 전 총장의 지시 당시엔 대검 부장회의와 수사팀 간에 별다른 이견이 없었기 때문에, 자문단 소집 요건도 애초 충족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감찰 방해’와 관련해서도 “윤 전 총장이 적법하게 개시된 감찰을 부당하게 중단시켰다”고 판단했다. 의혹 제기 직후인 지난해 4월 2일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은 윤 전 총장에게 진상조사를 한다고 알리고, 같은 달 7일 감찰을 개시한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이 “(한 검사장 연루 여부와 관련해) 진위 공방이 있으니 감찰에 앞서 진상 파악이 우선”이라며 감찰을 중단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법원이 윤 전 총장의 행위를 '부당한 감찰·수사 방해'라고 판단하면서 관련 수사에도 관심이 모인다. 윤 전 총장은 해당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공수처는 해당 고발 건과 관련해 윤 전 총장에 대한 입건 여부를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