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인류에게 초래할 재앙에 대한 경고음이 잇따르고 있다. 내용도 꽤 구체적이다. 최근 ‘지구 기온이 섭씨 3도 상승하면 주요 도시 침수로 8억 명이 집을 잃을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가 발표돼 충격을 준 데 이어, 이번에는 ‘2도 상승 시 전 세계 기아 인구가 2억 명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한 연구 결과도 나왔다. 특히 빈국(貧國)과 저소득층이 가장 먼저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맞게 되는 만큼, 국제사회의 협력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이날 “산업화 이전 시기보다 지구 온도가 2도 높아지면, 전 세계에서 굶주리는 사람도 1억8,900만 명 늘어날 것”이라는 결론을 담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가뭄과 폭우 등 이상기후가 식량 공급을 극도로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라는 얘기다. 데이비드 비슬리 WFP 사무총장은 이러한 사태가 이미 ‘눈앞의 현실’로 닥친 사례로 마다가스카르와 온두라스, 방글라데시 등을 들면서 “기후변화가 식량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례적 가뭄에 처한 마다가스카르 남부의 경우, 지금도 110만 명이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2030년까지 기아를 없애겠다’는 국제사회의 기아근절(Zero hunger) 캠페인의 달성은 난망하다. 이날 아일랜드의 인도주의단체 컨선월드와이드와 독일의 세계기아원조가 공동 발표한 ‘2021 세계기아지수(GHI)’를 보면, 조사 대상 135개 국가 중 민주콩고와 남수단 등 47개국에 대해선 “기아근절 목표 실현이 어렵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2012년보다 기아 위기가 심화한 나라도 멕시코, 베네수엘라를 비롯해 10곳이나 됐다.
이에 앞서 11일에는 ‘세계 대도시의 무더기 침수’를 예측한 보고서도 발표됐다. 미국 기후연구단체 클라이밋센트럴은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 기온이 3도 오를 경우, 세계 주요 도시 50곳이 물에 잠길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텍사스·뉴저지·플로리다의 해안 도시들은 물론, 영국 런던이나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등도 침수 지역으로 꼽혔다.
피해는 막대하다. ‘3도 상승’을 가정할 때 집을 잃는 사람은 전 세계에서 8억 명에 달하며, 온도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해도 그 수는 5억1,000만 명일 것으로 점쳐졌다. 보고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어느 정도 줄인다 해도, 3억8,500만 명이 해수면 상승에 따른 침수 피해를 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지어 ‘주거 위기’는 대부분 저소득층의 몫이다. 부자들은 보다 안전한 고지대로 쉽게 주거지를 옮기겠지만, 해안가에 사는 빈민들은 그럴 형편도 되지 못할 게 뻔하다. 실질적 예시도 있다. CNN방송은 “미 뉴올리언스의 한 고지대 주거지의 경우, 2000년 주민의 75%가 흑인이었는데 2019년에는 71%가 백인이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로 도시가 물에 잠기자, 상대적으로 부유한 백인들이 ‘안전 지역’으로 이동한 것이다.
침수 방지용 제방·방조제 건설도 ‘부의 불평등’과 맞물려 있다. CNN은 “미국이나 영국 등 부국들은 침수 방지 시설을 설치할 수 있으나, 경제적 사정이 좋지 않은 저소득 국가는 뒤처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클라이밋센트럴이 선정한 ‘침수 취약 국가’에는 베트남과 인도, 인도네시아 등이 포함돼 있는데, “기온 3도 상승 시 아시아에서만 6억 명이 집을 잃을 것”으로 예측됐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으려면 ‘지구촌 지도자 간 협력’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올해 8월 유엔 소속 과학자들은 “현재 지구 온도는 이미 산업화 이전 시기보다 1.1도가량 상승했다”고 밝힌 적이 있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정한 온도 상승폭 제한(1.5도 이내)이 코앞에 닥친 셈이다. 클라이밋센트럴 연구원 벤자민 스트라우스는 “세계 정상들은 자신의 행동으로 인류를 배신할 수도, 인류의 미래를 도울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의지’의 문제라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