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남부 가오슝 도심의 40년 된 낡은 주상복합건물에서 불이 나 최소 46명이 숨지고 41명이 다쳤다. 당국은 이번 참사가 실화로 인한 것으로 의심하고 용의자 신병을 확보했다.
14일 중앙통신사(CNA)와 자유시보 등 대만 현지매체에 따르면, 이날 새벽 2시 54분쯤 옌청구의 13층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길은 오전 7시17분쯤 잡히면서 현장 상황은 종료됐지만 문제는 인명 피해였다. 당초 8명으로 집계된 사망자가 오후 들어 20명을 넘어서더니 다시 46명으로 불어났다. 자유시보는 “화재 현장에서 32명이 숨진 채 발견됐고 호흡이나 맥박이 없어 심폐소생술을 실시한 40명 가운데 14명이 병원에서 숨졌다”고 전했다. 부상자는 41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불이 난 건물은 과거 5층 이하 저층을 백화점과 영화관으로 사용했다. 7~11층에는 120여 가구의 주택이 들어섰다. 월세가 3,000 대만 달러(약 12만6,000원)로 비교적 저렴해 저소득층과 독거노인 가구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1999년에도 화재가 발생해 28명이 구조된 적이 있다. CNA는 “오랫동안 수리하지 않고 방치돼 ‘유령 건물’로 불리던 곳”이라고 소개했다.
이날 화재로 건물 5층 이하는 사실상 전소됐다. 당국은 외부인 출입을 차단하기 위해 통로에 물건을 쌓아 두는 바람에 비상계단이 막혀 인명 피해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리칭슈 가오슝 소방국장은 희생자의 평균 연령이 62세였다면서 화재 발생 시각이 새벽인데다가 주민 중 고령자가 많아 사상자가 늘어났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번 참사가 실화로 인한 것으로 의심하고 용의자 황모씨의 신병을 확보했다. 경찰은 황씨가 이날 새벽 건물 1층의 골동품 가게에서 향을 펴 놓고 술을 마시다가 제대로 꺼지지 않은 향을 쓰레기통에 버렸고, 쓰레기통에서 난 불이 옆에 있던 가스난로로 옮겨 붙으면서 대형 화재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자유시보는 “오전 2시 30분쯤 커플로 추정되는 남녀의 말다툼에 이어 펑 하는 소리와 함께 1층에서부터 불이 났다”는 맞은편 건물 입주민의 진술을 전했다. “화재가 크게 번지기 전에 누군가 수도관으로 불을 끄고 있었다”는 목격담도 나왔다. 경찰은 화재와 연관된 주민 4명의 소재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오슝은 우리 교민 1,000여 명이 거주하는 대만 최대 항구도시다. 수도 타이베이에 이어 규모가 두 번째로 크다. 2014년 8월에는 도심 거리 가스누출에 따른 연쇄 폭발사고로 5명이 숨지고 200여 명이 다친 전례가 있다. 이번 화재는 1995년 2월 타이중시 중심가의 한 가라오케바에서 발생한 화재 이후 26년만의 최악의 화재로 기록될 전망이다. 1995년 당시 화재로 67명이 숨지고 18명이 다쳤다. 현지 외교소식통은 “이번 화재로 인한 교민들의 피해는 아직 파악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