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대출 억제에도 전세자금 숨통 바람직하다

입력
2021.10.1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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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범 금융위원장이 14일 전세 대출 대란과 관련, "연말까지 대출이 중단되는 사례가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전세 대출로 인한 가계 대출 잔액 증가율은 가계 대출 연간 관리 목표(6%대 증가)를 초과하더라도 용인하겠다고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서민 실수요자 대상 전세 대출과 잔금 대출이 차질 없이 공급되도록 세심하게 관리하라"고 지시했다.

그동안 전세자금 실수요자의 애를 태웠던 대출 중단 사태가 해소되며 실수요자들이 숨을 돌리게 된 건 다행이다. 당국의 감독에 NH농협은행과 수협중앙회, 카카오뱅크가 신규 대출을 중단하고 다른 곳도 심사를 강화하며 전세 대출을 거절당하는 이들이 많았다. 전세 대출은 떼일 가능성이 없는데도 이들은 은행이 막히자 금리가 훨씬 높은 대부업체나 사금융까지 찾아가야 했다. 당국이 가계 대출 총량 관리라는 숫자에 얽매이지 않고 유연한 잣대로 고충 해결에 나선 건 전향적 자세다.

그러나 이번 규제 완화가 이미 도를 넘은 가계 부채를 더 키우는 결과로 이어지는 건 경계해야 한다. 1년 새 10% 이상 늘어 1,800조 원도 넘은 가계 부채는 이미 국내총생산(GDP) 규모보다 커졌다. GDP의 70% 안팎인 선진국과 비교해도 문제지만 증가 속도가 가파른 것도 심각하다. 더구나 글로벌 금리 인상은 이미 시작된 상황에서 자산 거품이 빠지기 시작하면 가계 부채는 경제의 뇌관이 될 수밖에 없다. 지금은 빚을 줄이는 선제적 조치가 절실하다. 전세 대출 실수요자는 보호하면서도 리스크가 커지는 건 막는 묘책을 가계 부채 추가 대책에 담아야 할 것이다.

나아가 이번에 풀린 자금이 다시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는 일도 차단해야 한다. 이번 주에도 전국 아파트값이 올라 올해 누적 상승률은 11%를 돌파했다. 사람들이 빚을 내는 건 집값과 전세 가격이 폭등해 불안하기 때문이다. 가계 부채 증가 현상을 없애겠다며 규제만 강화하는 건 하책이다. 부동산 시장 안정이 근본적인 치료법이란 걸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