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시세조작은 이미 널리 알려졌지만 ‘아파트 시세조작’이라는 말이 시장 비리로 본격 확인된 건 최근이다. 정찰제가 아닌 상품을 개인 간에 거래할 때 값을 좀 더 받고, 더 싸게 사기 위한 거래자 간의 ‘밀당’은 늘 벌어진다. 그 과정에서 파는 사람은 가급적 호가를 높이려는 게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주식이나 아파트 시세를 ‘조작’한다는 건 특정 세력이 가격 조작을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인다는 점에서 개인 간 ‘밀당’과는 차원이 다르다.
▦ 증시 시세조작은 상위 개념인 ‘가격조작’과 달리, 짜고 치는 거래 등을 통해 특정 시점의 가격을 일시적으로 조작하는 일에 한정한다. 영화로도 등장했지만, 세칭 작전세력이 벌이는 ‘통정매매’가 대표적인 수법 중 하나다. 두 사람 이상이 미리 주식의 가격과 물량을 짜고 매매해서 가격을 끌어올리는 식이다. 자본시장법에서는 ‘시세조종행위’로 분류돼 부당이득이 50억 원 이상일 경우, 5년 이상, 최고 무기징역에 처할 정도로 엄중히 다스리고 있다.
▦ 반면 아파트 시세는 주택 자산의 특성상 가격변동성이 적은 데다, 느리고 신중하게 진행되는 거래패턴 등에 따라 조작 여지가 크지 않은 걸로 여겨졌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서울 집값이 두 배나 뛸 정도로 가격 변동성이 커지고, 투기가 전국화 하면서 아파트 시세조작 소문이 심심찮게 나돌았다. 급기야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7월 부동산 관계장관 회의에서 “허위 거래신고 등을 이용해 시세를 조종하는 소위 실거래가 띄우기 실제 사례들을 최초로 적발했다”고 밝혔다.
▦ 아파트 시세조작도 작전세력이 실제보다 높은 가격으로 매매계약을 체결한 뒤, 계약을 취소하는 수법으로 실거래가 기록만 인위적으로 높이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부동산법인, 투자 커뮤니티 등이 시세를 올려 투자 물건의 시세차익을 키우려는 목적인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2월부터 올해 9월까지 부동산실거래 등록 후 거래를 취소한 건수는 전체 주택거래 건수의 6%, 19만 건에 육박했다고 한다. 해악이 증시 시세조종행위 못지않은 만큼, 엄단 방안이 시급히 강구될 필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