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소비자물가지수 상승폭이 약 10년 만에 3%에 다다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치솟는 유가와 환율이 연일 물가를 불안하게 하는 데다, 지난해 통신비 할인 등에 따른 기저효과까지 겹치면서 물가 상승 요인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하반기 들어 지속된 물가 상승에 연간 물가 2% 상승도 기정사실로 되는 분위기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 물가 상승률이 2%를 웃돌 것 같다"며 물가 상승률이 정부 관리 목표치(1.8%)를 넘어섰음을 인정했다.
1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2.5% 오른 108.83을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물가지수가 9월(106.20)보다 소폭 하락한 105.61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달 물가지수가 지난달과 동일한 수준만 유지해도 전년 대비 물가상승률은 3.0%를 기록하게 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를 넘어선 것은 2012년 2월(3.0%)이 마지막이었다.
정부 안팎에서도 ‘일시적 3% 물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배럴당 80달러대로 올라선 국제유가와 1달러당 1,200원에 근접한 원달러 환율 때문이다.
전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1배럴당 80.44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달러당 1,186.8원으로 한 달 전인 지난달 14일(1,170.8원)보다 16원 더 높다.
이 같은 고유가, 고환율은 수입물가 상승-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수입물가는 전월 대비 2.4% 오르면서 5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여기다 지난해와 올해, 상반된 정부의 정책도 물가상승률을 더욱 끌어올릴 요인이다. 지난해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에 반영된 통신비 할인은 10월 물가를 0.72%포인트 낮춘 효과가 있어, 올해는 이에 따른 기저효과가 예상된다. 올해는 소비자들의 수요를 이끌 국민지원금이 지난달 지급이 시작됐고, 이달부터는 상생 소비지원금(신용카드 캐시백)도 시행된다.
이 같은 물가 상승에 연간 물가 2%대 상승도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이는 정부가 지난 6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밝힌 목표치(1.8%)는 물론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2%)치도 웃도는 수치다.
홍남기 부총리는 13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후 특파원들과 만나 “(물가가) 2%나 이를 조금 웃도는 수준에서 마무리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며 “최대한 정부 목표가 달성되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은 이미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OECD 국가의 8월 물가상승률은 한국(2.6%)보다 1.6%포인트 더 높은 4.3%에 달했다.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5.3% 상승했는데, 6월 이후 4개월째 5%대 상승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인플레 기대치 상승이 가시화될 경우 신속히 행동(통화정책 정상화)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G20 재무장관 총재 회의에서도 물가는 세계 경제 회복세에 악영향을 미칠 ‘불확실성’으로 지목됐다. 회의에 참석한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들은 공동성명서에 “인플레이션 압력을 살펴보고 정책 입장을 투명하게 공유하면서, 물가 안정을 포함한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정책 목표를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