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협박해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하고 판매한 텔레그램 대화방 ‘박사방’의 운영자 조주빈(26)에게 징역 42년이 확정됐다. 디지털 성범죄를 엄단해야 한다는 여성·시민단체들의 요구에 사법부가 화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4일 청소년성보호법 위반, 범죄집단조직 등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42년을 선고받은 조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10년간 신상정보 공개·고지와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등의 명령도 유지됐다. 조씨가 지난해 3월 경찰에 체포된 지 약 19개월 만에 나온 법원의 최종 판단이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일당의 항소심 형량도 유지됐다. ‘랄로’ 천모(30)씨와 '도널드푸틴' 강모(25)씨는 각각 징역 13년이 확정됐다. 박사방 유료회원 가운데 처음으로 범죄집단 가입 혐의가 적용된 ‘오뎅’ 장모(42)씨와 ‘블루99’ 임모(35)씨는 징역 7년과 8년을 각각 받았다. ‘태평양’ 이모(17)군은 앞서 상고를 취하해 부정기형인 장기 10년에 단기 5년을 확정받았다.
조씨 일당은 2019년 5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아동·청소년 등 여성 피해자 수십 명을 협박해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하고 판매·유포하는 데 가담한 혐의로 지난해 4월 기소됐다. 이 사건은 검찰이 디지털 성범죄 사건을 ‘조직범죄’의 한 유형으로 보고 범죄집단조직·가입·활동죄를 적용해 기소한 첫 사례로 특히 주목받았다.
조씨 등은 재판 과정에서 성착취물 제작 등 각각의 범행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조직범죄는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범죄집단조직죄는 그 자체로 범죄이자 법원이 형을 가중 선고할 수 있는 양형요소다. 1·2심은 모두 ‘박사방=범죄집단’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대법원도 다르지 않았다. 1·2심 재판부는 “피해자들에 대한 별다른 피해 회복 조치가 없다” “범행으로 피해자들의 삶은 완전히 파괴됐다”고 피고인들을 질타하기도 했다.
박사방 일당에 대한 사법적 단죄는 아직 진행 중이다. 조씨는 박사방 2인자인 ‘부따’ 강훈(20)과 함께 별도의 강제추행 범죄로 현재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유죄가 인정되면 조씨 형량이 징역 42년보다 더 늘어날 수 있다. 강씨는 박사방 사건으로 항소심에서 징역 15년을 받고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여성단체 등은 2019년 말부터 n번방, 박사방 사건이 공론화한 것을 계기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고 사법부 역시 '솜방망이 처벌' 관행을 버려야 한다고 촉구해왔다. 이에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해 9월 상습적인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 범행에 대해 최대 '29년 3개월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양형기준을 강화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