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중의원 해산... ‘선거의 귀재’ 아베 이후 첫 총선, 기시다 명운 건 시험무대

입력
2021.10.14 17:33
18면
해산 후 17일 만에 총선... 최단 기간 선거전
자민당 선전 시 기시다 권력 기반 강화
야권, '흔들리는 기시다 공약' 공세


일본 정치권이 14일 중의원 해산과 본격적인 총선 국면에 들어갔다. 오는 31일 중의원 선거까지 한 달도 남지 않아 여야 모두 짧은 기간 유권자의 마음을 잡기 위해 총력전을 펼칠 태세다. 새로 출범한 기시다 후미오 내각에 대한 국민의 지지 여부가 표심으로 드러나게 된다. 이번 선거는 자민당이 민주당으로부터 정권을 탈환한 2012년부터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세 차례 연승한 뒤 4년 만에 치르는 중의원 선거다. 선거의 귀재로 불린 '아베 시대'가 끝난 뒤 첫 시험무대를 기시다 총리가 치르는 것이다. 일본 정가에선 자민당이 현재 의석보다는 줄겠지만 관건인 '단독 과반'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각의(각료회의)를 주재하고 중의원 해산을 결정했다. 나루히토 일왕이 중의원 해산 조서에 서명하고, 오시마 다다모리 중의원 의장이 이를 읽는 것으로 해산이 선포됐다. 중의원 해산은 아베 신조 내각 시절이던 2017년 9월 이후 4년 1개월 만이다. 오는 19일 중의원 선거 공시, 31일 총선 투개표가 이뤄진다. 해산 후 17일 만에 총선을 치르는 것은 전후 최단 기록이고, 중의원 임기 만료(21일) 후에 선거가 치러지는 것 역시 처음이다.


기시다 안정적 권력 기반 마련 여부, 총선으로 가려져

새 내각 출범 4주 만에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이 단독 과반을 지키면 기시다 총리가 안정적 권력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새 내각 출범 효과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부진하면 총리의 입지는 시작부터 흔들린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부터 국민의 판단을 받는다. 매우 엄숙한 마음으로 오늘을 맞이하고 있다”면서 “선거를 통해 우리가 무엇을 하려는지, 무엇을 목표로 하고 있는지 제대로 호소해 가고 싶다”고 밝혔다.

자민당은 2012년 12월 총선을 포함해 세 차례 모두 단독 과반인 233석 이상을 확보했다. 특히 2017년 10월 총선에선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만든 ‘희망의 당’이 출현해 야권분열이 이어지는 등 자민당이 대승을 거둬, 중의원 총의석(465석)의 59.4%인 276석을 확보했다. 모든 상임위에서 과반수를 확보하고 위원장도 독점해 ‘절대 안정 다수’라 불리는 261석을 넘은 것이다. 이보다 적지만 모든 상임위에서 절반을 확보하는 244석은 ‘안정 다수’로 불린다.

지난 선거 때 자민당이 의석을 독점하다시피 해 이번엔 현재보다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8월만 해도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의 도쿄올림픽 강행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 등으로 인해 자민당이 ‘60~70석을 잃고 단독 과반이 위태로울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9월 총재 선거와 새 내각 출범을 통한 ‘유사 정권교체’ 효과로 자민당 지지율이 크게 오른 상황이다. ‘슈칸분슌(週刊文春)’ 최신호는 정치홍보시스템연구소와 함께 중의원 선거 판세를 분석한 결과, 자민당이 32석 감소한 총 244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됐다고 보도했다. ‘안정 다수’ 의석에 해당한다.


야권은 후보 단일화로 맞서... '소비세 한시적 면제' 공약도

지난 선거 때 분열로 대패한 야권은 후보 단일화로 맞설 전망이다. 일본공산당은 전날까지 22개 선거구에서 후보 예정자를 철회하고 입헌민주당과 단일화한다고 발표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전체 289개 선거구 가운데 200개 이상 선거구에서 이 두 정당을 비롯한 야권 5개 정당이 단일 후보를 낼 전망이다.

야권은 자신들과 유사하게 ‘분배’와 ‘격차 시정’을 공약으로 내세운 자민당에 대해 “기시다 총리가 약속한 공약이 흔들리고 있다”며 공세를 펴고 있다. 이와 함께 한시적으로 소득이 1,000만 엔 이하인 경우 소득세 면제, 10%까지 오른 소비세를 한시적으로 5% 면제하는 공약 등을 제시하며 표심에 호소하고 있다. 아베 내각 당시 확실하게 마무리하지 않은 각종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도 약속했다. 하지만 당 지지율이 낮아 실제 선거에서 의석을 크게 늘리진 못할 전망이다. 슈칸분슌은 입헌민주당의 의석수가 110석에서 115석으로, 단 5석 늘어날 것으로 봤다. 반면 우파 야당인 일본유신회는 10석에서 26석까지 의석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