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순간 '네가 뭔데'라는 핀잔이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여성들이 있다. 세상의 고정관념에 맞서면서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는 여자. 그럼에도 세간이 기대하는 방식으로 행동하지 않고 가부장제 억압에 있는 힘껏 몸으로 맞서 싸우는 여자. 이러한 비판은 '미성숙' '충동적'이라는 사회적 편견이 덕지덕지 붙은 젊은 여자가 주체로 나설 때는 더욱 증폭된다.
아이돌 '원더걸스' 출신 아티스트 '핫펠트(32·본명 박예은)'는 이런 공격의 정점에 있는 여성이다. 원더걸스의 예은이라는 익숙한 이름을 벗어 던지고,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관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이름 '핫펠트('진심어린'이라는 영단어 heartfelt에서 따왔다)'로 돌아왔을 때, 아이돌 스타의 산실인 JYP 엔터테인먼트를 떠나 힙합 레이블 '아메바 컬쳐'로 옮겨 자신만의 음악을 하겠다고 했을 때, 이런 비난이 뒤따랐다. '아이돌 출신인 네가 뭔데, 너만의 표현을 추구하느냐고.'
지난 8월, 그가 법무부 디지털성범죄 등 전문위원으로 위촉되어 사회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을 때 어떤 이들은 또 한번 손 쉬운 비아냥을 반복했다. "아이돌 출신 가수가 디지털성범죄에 대해 뭘 안다고?" 고작 "네가 뭔데"라는 한 마디로 개인의 격을 끌어내리려는 시도는 얼마나 간소하고 무성의한 공격인가. 이 모든 무례함에 담긴 속내는 '자기 의견을 당당하게 표현하는 젊은 여성'에 대한 반감이리라.
몸무게에서부터 쇄골의 날렵함, 인중의 솜털까지. 마치 쇼윈도 속 상품을 부위 별로 품평하듯 한국 사회는 얼마나 여성 아이돌의 외모와 태도를 대중의 입맛에 맞게 길들여왔나. 이런 세태 속에서 '텔 미' '노바디' 등 히트곡으로 선풍적 인기를 끈 전직 아이돌이 "꽃으로 살고 싶지 않다" "나는 페미니스트다"라는 소신을 또렷하게 밝히기 쉽지 않았을 터.
호락호락하게 세상이 요구하는 바를 받아들이지 않는 그에겐 곧잘 '악플'과 '싫어요'가 따라다닌다. 유튜브에 올라온 동영상에는 늘 '좋아요' 수에 버금가는 '싫어요'가 달리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그의 페미니스트 행보를 비판하는 익명 모욕 댓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핫펠트는 결코 굴하지 않으며, 더 많이 쓰고 더 크게 노래할 것이다. "찌를 테면 찔러봐 멋대로 퍼부어봐. 사람들은 말하지 넌 껍데길 뿐이라고. I'll be alive will survive 주인공은 never die (나는 살아서 살아남을 거야, 주인공은 죽지 않아)"라 그가 쓴 자전적 가사처럼.
먼 훗날 '대표 페미니스트 아티스트'라는 수식어보다 '나다운 아티스트'로 기억되고 싶다는 핫펠트를 9월 29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에서 만났다.
-최근 본연의 아티스트 활동만큼이나 법무부 전문위원으로 위촉된 소식이 화제였죠. 어떤 일을 하시나요.
"여러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서 어떻게 더 대응을 할 수 있을지 방안을 연구하는 위원회인데요. 지금 코로나19 때문에 모여서 회의를 하지는 못하고요. 비대면으로 2주에 한 번 정도 회의를 하고 있어요. 저는 홍보 쪽에 참여를 하고 있는데, 지금은 디지털 성범죄가 얼마나 심각한지, 우리가 대책이 많이 미흡하다는 것을 알리고 있는 단계예요."
-어떤 계기로 수락했나요.
"서지현 검사님 제안으로 참여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이걸 내가 해도 되나' 싶었어요. '기술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법률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걸 제가 하는 게 맞을까요'라 물었더니 여성 아이돌로서 겪은 피해가 많았을 것이라며, 한 사람의 피해자 혹은 경험자로서 참여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저도 ‘여자로서 여자를 돕는다는 마음’으로 기꺼이 참여하기로 마음먹었죠."
법무부 디지털 성범죄 등 전문위원회는 대응 태스크포스(TF)에 디지털 성범죄 대응과 제도 개선 방안 등을 제안하는 역할을 한다. 서지현 검사가 TF 팀장을 맡았다. 법무부가 연예인을 홍보대사로 위촉한 경우는 있었지만 전문위원으로 위촉한 것은 처음이었다.
-디지털 성범죄가 모두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특히 아이돌 출신으로 느낀 지점도 있었을 것 같아요.
"지금은 폐지됐지만, 과거 연예 뉴스에 댓글이 있었잖아요. 그곳에 달린 성희롱 댓글도 어떻게 보면 디지털 성범죄의 한 부분인 것 같아요. 디지털 성범죄는 사실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봐요. 단순히 성범죄 뿐만이 아니라 화폐나 업무 등 모든 것이 디지털로 옮겨가고 있는 상황이잖아요. 성장할 수밖에 없는 분야라, 그 대책을 위한 컨트롤 타워 같은 것 하나만 이번 활동 기간 내에 만들어도 굉장히 큰 일을 한다고 생각해요."
-참여 소식에 비판도 많았어요.
"각오는 했었지만, 기사 나오자마자 욕을 굉장히 많이 먹었어요. '쟤가 뭔데 전문위원이냐'라고요. 사실 맞는 말이에요. 하지만 제가 뭘 알아서 하는 건 아니고, 다만 여성의 입장에서 제가 대변할 수 있는 것들을 대변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함께 활동하시는 변영주 감독님이나 서 검사님 역시 정말 오래 전부터 여성들의 영역을 넓혀가고 목소리를 내는 이른바 '여.돕.여', 여자를 돕는 여자들이죠.
"서 검사님은 굉장히 꼼꼼하고요. 변영주 감독님도 (영화계가) 여성으로서 쉽지 않은 필드잖아요. 두 분 모두 꿋꿋하게 목소리를 내는 것을 항상 멋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직접 뵙게 돼서 좋았어요."
-요즘 전문위는 어떤 의제에 무게를 두고 논의 중인가요.
"'클라우드 액트(CLOUD Actㆍ2018년에 제정된 미국의 연방법으로, 데이터가 저장된 곳이 국내든 외국이든 관계 없이 법 집행 기관이 영장을 통해 요청한 데이터를 제공받을 수 있게 하는 법)'도 이야기 하고 있고요. 또, (성폭력) 피해자들이 신고부터 재판이 끝날 때까지 원스톱으로 지원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이 되어 있지 않아요. 직접적인 피해자 지원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고 있어요."
-'핫펠트'를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단어가 '주체성' '나다움' 이런 것이에요.
"저는 그냥 '나답게 산다'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어요.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원하는 것을 추구하는 데 있어서 주변의 시선이나 편견, 선입견을 차단하고 가는 거죠."
-그런 생각은 페미니즘과 결이 맞닿아 있어 보이기도 해요.
"여성이든 남성이든을 떠나서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고, 본인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안 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는 것. 그런 게 페미니즘의 궁극적인 목적이 아닐까요."
-최근 한국 사회는 (페미니즘에 대한 오독으로) 나답게 나의 의견을 말하는 것이 참 어렵기도 한데요. '당신은 페미니스트인가요'라 누군가 묻는다면요?
"'나는 페미니스트'라고 대답해요. 저는 오히려 의견을 낼 수 있는 사회가 됐다고 믿어요. 10년 전 쯤 제가 미국에 있었을 때 한 흑인 여성 아티스트의 인터뷰를 읽었는데요. 본인이 흑인으로서 차별을 받은 것보다 여성 아티스트로서 받은 차별이 더 컸다더라고요. 그래서 '아, 이건 비단 한국 사회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깨달았죠. 점점 저는 사회가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여성으로서의 목소리를 더 낼 수 있기 때문에 갈등도 더 생기는 게 아닐까요."
-하지만 소위 깨어 있고, 타협하지 않고, 발언하고, 나대는 여성을 세상이 싫어하죠.
"요즘은 그래도 많은 여성들이 지지를 해 주세요. '굉장히 힘을 얻는다'면서요. 계속 목소리를 내다 보면, 한 사람 한 사람 더 목소리를 내게 되고, 저희가 공유하는 것들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는 가치관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부당한 공격들, 혹은 다수의 공격을 받았을 때 누구나 위축될 수밖에 없을 텐데 그런 것을 이겨내고 돌파하는 비법이 있을까요.
"이렇게까지 말해도 되나요? 저는 남이 헛소리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경을 안 쓰는 편이에요. (웃음) '좀 헛소리인데?' 싶으면, '내가 왜 이렇게 공격을 받지' 고민하지 않아요.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것은 내 손해니까요."
-대중을 대상으로 작품 활동을 하기 때문에, 특정 이미지나 프레임이 덧씌워지는 것이 부담스럽진 않은지요?
"분명히 있죠. 저는 음악으로서 대중을 만나는데 아무래도 음악 자체로 받아들여지기를 바라요. 페미니스트는 분명히 저의 한 정체성이지만, 그 이상으로 '나다움'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제게 '왜 페미니스트인데 짧은 옷을 입고 화장을 하느냐'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런데 저는 페미니스트라는 게 한 가지 형태로 고정되어 있다고 보지 않아요. 페미니스트지만 화장을 하고 싶으면 할 수도 있고, 수영복을 예쁜 걸 입고 싶으면 입을 수도 있죠. 각자가 원하는 가치관, 각자의 욕구를 충분히 표현하고 그에 대해 주장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죠."
-2017년, 영국 배우 엠마 왓슨의 '가슴 노출 화보'가 촉발한 논쟁이 떠오르네요. 가슴을 드러내는 게 평소 페미니즘 신념을 드러낸 왓슨의 주장과 배치된다는 비판이었는데요. 그 때 왓슨은 "페미니즘에 대한 오해"라면서 "페미니즘은 여성이 선택권을 갖는 것"이라 말했었죠.
"여성도 다 다르단 말이에요. 누구는 치마가 좋을 수 있고, 또 바지가 좋을 수도 있고, 쇼트커트가 좋을 수 있고, 긴 머리가 좋을 수 있어요. '내가 원하는 나'가 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하는데, '여자는 이래야 해' 혹은 '남자는 이래야 해'라고 규정되고 획일화되는 것 자체가 인권적으로 옳지 않아요."
-이름 앞에 붙는 '대표 페미니스트 아티스트'라는 수식어는 어떤가요?
"그런 아티스트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제가 특별한 게 아닌 게 되잖아요."
-2007년 원더걸스로 데뷔한 뒤 한국 사회에서 여성 아이돌이 놓인 처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았겠어요.
"제가 아이돌 활동을 시작한 게 벌써 한 15년 전이에요. 당시에는 귀여운 콘셉트, 청순한 콘셉트, 섹시한 콘셉트 같은 이미지로만 소비가 됐다면, 요즘 아이돌들은 굉장히 많이 업그레이드 됐다고 할까요? 여성 아이돌 중에서도 직접 작사ㆍ작곡ㆍ프로듀싱까지 하면서 그룹을 이끌어가는 이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 (여자)아이들의 전소연씨처럼요. 최근 ‘스트릿 우먼 파이터(Mnet의 여성 댄스 프로그램)’를 봐도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가진 여성을 주목하는 사회가 됐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조금씩 변화하는 거 같아요."
-정말 그런 것이, 요즘 TV에 다양한 여성이 많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여성 예능 '노는 언니'나 ‘골 때리는 그녀들’이나 말이죠. 결국은 ‘세상이 많이 좋아지고 있다’고 보시는 거죠?
"그렇게 믿고 가는 게 우리 모두 더 힘을 내서 갈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아직까지 차별이나 편견이 많죠. 하지만 그런 문제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우리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 자체도 큰 사회적 변화 아닐까요."
-최근 20대 여성들의 우울증 발병이나 자살 시도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통계적으로 드러나면서 사회 문제로 지목되는데요. 공교롭게도 일상을 올리는 유튜브 채널 코너가 '핫펠트 네버 다이(절대 죽지 않아)'더라고요.
"제 노래 '아이언 걸'에 '주인공은 네버 다이'라는 가사가 있어요. 저도 사실은 굉장히 우울했던 시간이 있었고, 이렇게 살아서 뭐 하지 싶은 시기가 있었어요. 우리가 살기가 힘든 건, 내가 남은 시간 동안 뭔가를 해내거나 이뤄야 할 것 같은 책임감과 부담이 느껴져서잖아요. 제 결론은 오히려 이미 죽었다고 상상을 하고 나머지를 갑자기 생긴 걸로 보는 거예요."
-보너스처럼요?
"네, 너무 잘 살려고 부담을 갖지 말고 보너스로 삼아 내 마음대로 그냥 (시간을) 쓰는 거예요. 대단한 사람이 되고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살자, 재미 있게. 어떤 사고에 갇히려고 할 때, 저는 그걸 전환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여성으로든, 페미니스트로서든, 아니면 표현을 하는 아티스트로든 무언가와 늘 싸우고 주장할 수밖에 없는 운명일 텐데요. 요새 개인적으로 투쟁하는 주제가 있나요.
"추석에 저희 집은 남자든 여자든 음식 만드는 것부터 설거지까지 다 참여를 하거든요. 그런데 다른 집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았어요. 주위 '남자 사람 친구'들에게 '너희 혹시 며느라기(고부 관계를 소재로 한 웹툰 원작 드라마)라고 봤니? 되게 좋은 드라마야'라 말하면서 일단 한번 볼 것을 권했어요. 되게 사소한 방식이죠."
-'넛지(nudgeㆍ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 같은 투쟁인 거네요.
"네, 어쨌든 상대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을 것 아니예요? 저는 또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을 테고요. 그 상황에서 '이게 옳은 거야' 얘기를 하는 것보다, '네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사실은 이런 문제점을 갖고 있다'라면서 대화를 할 수 있게끔 상황을 만들어요."
-정말 에너지를 많이 필요로 하는 일인 것 같아요. 결국 내 마음속에 어떤 동력이 있어야 타인을 설득도 할 수 있을 텐데, 무엇이 스스로를 힘나게 하나요?
"그냥 (성별 관계 없이) 똑같이 살고 싶으니까요. 제 주변 남자 사람 친구나 제 남동생처럼."
-화면을 통해 보이는 모습은 20대보다 오히려 30대인 지금이 더 좋아요.
"20대 때는 사회에서 주는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했어요. '이렇게 하면 이렇고' '저렇게 하면 저렇고'. 사회에서 옳다고 말하는 것들이 있지만, 30세가 넘어가면 꼭 삶이 한 길로 정해져 있지 않다라는 게 보이잖아요. 나 자신에 대해서도 알게 되고. '내가 남들이 말하는 길을 가서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구나'라는 것을 30대가 되어서야 깨닫게 되는 것 같아요."
-음반을 내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집을 출판하는 등 경계를 넘나들며 무궁무진하게 창작 영역을 넓힐 것이라는 기대가 돼요. 활동한 지 14년이 되고 중견의 반열에 들어섰지만, 이제 '시작'인 듯한 인상도 주고요.
"어릴 때부터 스토리를 좋아했어요.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이 살아온 삶이 궁금하거든요. 책을 더 쓸 수 있을 것 같고, 시나리오 작업 같은 걸 하고 싶어요. 조금 더 긴 호흡으로 스토리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것들을 영화가 됐든, 드라마가 됐든 만들어보고 싶어요."
-다른 여성을 굉장히 많이 돕는 여성이지만, 지금의 모습이 되기까지 무수히 많은 언니나 다른 여성의 조력이 있었을 것 같아요. 지금의 나를 있게 한, 나를 도운 여자는 누구였나요.
"저희 엄마요. 항상 제게 '결혼을 늦게 하라' 하셨어요. 어릴 때부터 여장부 같은 성격이었는데 '넌 좀 큰 일을 해야 한다'며 저를 키우셨고요. 또, 고등학교 1학년 때 여자 담임 선생님이 계셨어요. 가수의 꿈을 꾸고 있을 때 다른 선생님들은 험한 말을 많이 했거든요. ‘너 그러다가 나이트클럽에서 서빙하게 된다’ 같은 저를 깎고 누르는 말이요. 그런데 담임 선생님께서는 반 아이들 앞에서 '예은이는 우리 학교에서 처음으로 서울대를 간 가수가 될 거야'라고 말씀하셨어요. 데뷔를 일찍 해서 서울대는 못 갔지만(웃음) '네가 여자라서 듣게 되는 주변 사람들의 말에 너의 꿈을 포기하지 말라'는 응원을 많이 해주셨어서 굉장히 기억에 남아요."
-또래의 많은 여성들이 여전히 가능성을 제약하는 사회적 억압과 싸우고 있어요.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을 위해 해주고 싶은 말 한 마디는요.
"살면서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여자는 꽃이다'였어요. 특히 여자 연예인은 '잠깐 피고 지는 꽃'이라나요. 그런데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꽃 같지가 않은 거예요. 오히려 나는 새인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여러분도) 뭐가 '옳고 그르다'는 생각보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뭘까'를 끊임 없이 스스로와 대화하고, 누군가의 시선이나 주변 환경 때문에 주저하지 말고 시원하게 해봤으면 좋겠어요. 사실 쉬운 길은 분명히 있거든요. 내가 쉽게 가고 싶으면 그렇게 가도 되고, 쉽지 않더라도 재미있는 길을 가고 싶으면 그렇게 가도 돼요. '여자인데 이렇게 행동해야지, 슬슬 결혼해야지' 같은 다른 사람의 말로 나를 가두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핫펠트는 '네가 뭔데'라는 세상의 질문에 애써 스스로 증명해 보이기보다 '그럼 너는 무엇이느냐' 되받아쳤다. 인터뷰 내내 그의 답변은 유독 함부로 여성을 규정하고 제약하는 세상을 향해 '핑퐁핑퐁' 튕겨내는 탁구공 같았다. 그런 그에게 '후배 아이돌을 향한 한 마디'를 물었다. "글쎄요. 제가 딱히 할 말이 없을 것 같아요. 알아서 다 잘 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고유하므로, 구태여 다른 사람이 이러쿵저러쿵 말을 보탤 필요가 없다는 지혜로 읽혔다.
그가 지난해 출간한 자전적 에세이집 '1719'에는 이 같은 구절이 적혀 있다. "소녀여, 더 떠들어라(Girl, be loud). 더 세상에 소리치고 시끄러워져도 돼. 더 소리 내서 꿈을 현실로 만들어. 나 자신을 믿고 사랑해줘. 그리고 너의 이야기를 들려줘. 세상에 맞서는 게 두려운 또 다른 예은이에게." 그는 알고 있을까. 누군가는 앞서 나가는 이의 용기를 바라보며 비로소 '내가 생각하는 대로 말해도 괜찮구나'라는 안도감과 해방감을 느낀다는 것을. 어쩌면 그는 이미 이렇게 존재하고 세상에 소리치는 것만으로, 또 다른 여성을 돕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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