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페퍼스 주장' 이한비 "만년 후보였던 우리에겐 최고의 기회"

입력
2021.10.1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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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저축은행이 ‘제7구단’ AI페퍼스라는 이름으로 V리그에 합류하면서 배구팬들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2011년 IBK기업은행 이후 10년 만의 새 구단이다.

AI페퍼스의 창단 멤버이자 첫 주장을 맡은 이한비(25)는 13일 경기 용인시 AI페퍼스 훈련장에서 진행된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팬들의 기대가 온몸으로 느껴진다”면서 “처음엔 부담이 컸지만 ‘잘 해야지’하는 조급한 마음보단 ‘하고 싶은 배구를 하자’는 마음으로 바꿨다”라며 웃었다.

2015년 흥국생명에 입단(전체 3순위)한 이한비는 프로 통산 83경기 355점, 공격 성공률 31.25%를 기록했다. 사실 코트 위보다는 웜업존에 머무는 시간이 많았다. 하지만 AI페퍼스에서는 해야 할 역할이 많다. 주전 윙스파이커는 물론이고 주장으로서 팀원들도 이끌어야 한다. 이제 만 25세, V-리그 14개 팀 중 가장 나이가 어린 캡틴이다. 이한비는 “후보로 눈물 젖은 빵을 먹어봤으니 이젠 하고 싶었던 배구를 마음껏 하고 싶다. 흥국생명 선후배들도 축하의 말을 많이 해 준다”라고 말했다.

지난 5월 AI페퍼스 창단 멤버로 지명된 이한비는 “처음엔 훈련 조건이 완벽하진 않았다”면서 “2주 만에 기존 체육관(농구장)을 배구코트로 바꾸고 웨이트 트레이닝실도 마련했다”라고 돌아봤다. 선수 구성도 각 프로구단에서 지명된 5명과 FA(자유계약) 하혜진 등 6명으로 시작했다. 이후 실업 팀 베테랑인 박경현(전 대구시청 레프트)과 문슬기(전 수원시청 리베로)가 합류했고, 신인 특별 지명으로 막내 6명까지 총 12명 엔트리가 꾸려졌다. 그리고 기존 프로팀 선수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이한비가 주장을 맡게 됐다. 이한비는 “(문)슬기 언니가 많이 도와줘 수월하게 주장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또 ‘베프’인 혜진이도 많이 소통하면서 도와준다”라고 전했다. 하혜진은 진주 경해여중 시절 한솥밥을 먹었다. 이한비가 안산 원곡중학교로 전학하면서 헤어진 이후 재회다. 이한비는 “오래 떨어져 지냈는데도 막상 한팀에서 다시 만나니 어제 본 사이처럼 어색하지 않았다”라며 웃었다.

그래도 훈련량이 생각보다 부족했던 점은 아쉽다고 했다. 그는 “선수 구성도 늦었는데 각종 행사와 외부 경기도 많았다. 정작 팀 플레이를 맞출 시간이 많지 않았다”면서 “신인 선수 선발 및 전국체전 등을 치르고 나니 어느덧 V리그 개막이 코앞이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적은 훈련 시간에 집중해서 최대의 효과를 내려 노력 중이다”라며 “그래도 생각보다 빨리 훈련 시설이 자리 잡아 다행이다. 좋은 조건을 마련해준 구단에 이 자리를 빌려 감사 드린다”라고 말했다.

사실 이한비는 ‘창단 멤버 신분’이 생소하진 않다고 한다. 고교시절(안산 원곡고)에도 강소휘(GS칼텍스) 등과 함께 창단 멤버로 합류했다. 이한비는 “고교 때도 창단팀으로 바닥부터 시작한 적이 있었다”면서 “당시에도 8명 정도로 팀을 꾸렸지만 전국 대회에서 3위권에 꾸준히 드는 등 좋은 성적을 냈다”라고 떠올렸다. 그는 “물론 프로와 고교 배구를 비교할 순 없지만 AI페퍼스에서도 조금씩 도전하고 올라간다는 마음으로 팬들에게 좋은 플레이를 보여드리고 싶다”라고 다짐했다.

올 시즌 기대되는 선수를 묻자 ‘AI페퍼스’라고 답했다. 이한비는 “사실 12명 모두 자신들의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프로 6명과 실업 출신 2명은 주전 경쟁에서 밀려 주로 후보에 불과했고 엘리는 해외 생활이 처음이다”라며 “모두가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시간이 된 것 같다. 자신의 진짜 모습을 코트에서 쏟아냈으면 좋겠다”라고 기대했다.

‘새로운 이한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한비는 흥국생명 시절 주로 레프트 백업으로 활약했지만 호쾌한 스파이크 서브도 꽤 정평이 나 있다. 이한비는 “예전엔 서브 미스를 줄이려는 부담감에 안전한 서브를 때리곤 했다”면서 “하지만 페퍼스에서는 좋은 서브를 넣으려 연습을 많이 하고 있다.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새 팀에선 내가 후배들을 도와야 하는 입장이다”라며 “내가 화려해지려 하기보단 팀내 누군가를 위해 보탬이 되려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김형실 AI페퍼스 감독은 창단 첫 시즌 목표를 ‘5승’으로 잡았다. ‘제6구단’이었던 기업은행은 첫 시즌이었던 2011~12 V리그에서 승점 1이 모자란 리그 4위(13승 17패)로 봄배구에 실패했다. 그에 비하면 소박한 목표다. 물론 당시엔 외국인선수 알레시아(득점 2위)의 맹활약과 ‘대어급 신인’ 김희진, 박정아(현 도로공사) 그리고 베테랑 박경낭(은퇴) 이효희(도로공사 코치) 등이 경험 부족이라는 신생팀 최대 약점을 보완했기에 가능했다. 이한비 역시 “목표는 5승”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물론 승리도 중요하지만 매 경기가 우리에겐 너무나 소중하다. 지더라도 위축되지 않고 다 쏟아놓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코트에 서겠다”라고 각오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새 선수들이 새 팀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적지 않은 구슬 땀을 흘렸다”면서 “다소 부족한 모습이 있지만 코트에서의 열정만큼은 기존 팀 못지않다.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팬들의 응원을 당부했다.

강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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