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 예방접종 완료율에 따라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를 3단계로 시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구체적으로 전 국민 대비 백신 접종완료율이 70%, 80%, 85%로 올라감에 따라 생업시설, 대규모 행사, 사적모임 순서로 방역 규제를 푸는 방식이다.
정부는 13일 이 같은 내용의 위드 코로나 방안을 이날 출범한 ‘코로나19 일상회복 지원위원회’ 1차 회의에서 제시했다. 위원회는 이를 토대로 단계별 구체적인 방역 수칙과 의료 대응 체계 등을 담은 ‘일상회복 로드맵’을 이달 안에 만들 예정이다. 백신 접종이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이 로드맵은 접종완료율이 70%를 넘는 이달 말부터 앞당겨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위원회는 각계 민간 전문가들과 정부 관계자 총 40명으로 구성됐다. 위원들은 먼저 일상회복을 추진 중인 영국과 이스라엘, 독일, 포르투갈 사례를 공유하고, ‘점진적·단계적·포용적 일상회복을 국민과 함께’ 추진한다는 정부의 기본 방향에 동의했다.
정부는 일상회복 단계를 접종완료율에 따라 3단계로 설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접종완료율이 70%, 80%, 85%로 높아짐에 따라 생업시설, 대규모 행사, 사적모임 순으로 방역 수칙을 단계적으로 완화하면서 일상회복을 연착륙시키겠다는 것이다. 방역 수칙은 접종완료자나 코로나19 검사 음성을 받은 사람을 중심으로 해제한다. 백신 미접종자나 접종 미완료자에 대한 차별 논란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접종완료율에 따른 3단계 일상회복은 지난 1일 보건복지부 주최로 열린 ‘단계적 일상회복 관련 공개토론회’에서 윤태호 부산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가 제안한 방안과 유사하다. 당시 윤 교수는 일상회복 1단계(접종완료율 70%)와 2단계(80%)에는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2·3단계와 1·2단계를 각각 적용하고 백신패스를 시행하자고 제안했다. 마지막 3단계에 접어들었을 때 현행 거리두기 1단계 수준으로 규제를 풀고 백신패스도 해제하는 방식이다.
최대 관심은 '시점'이다. 일상회복의 전제 조건인 ‘국민 70% 접종완료’ 시점은 당초 정부가 예상한 이달 25일보다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위드 코로나 1단계 시점도 정부가 전망한 11월 9일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 13일 0시 기준 접종완료율은 60.8%, 1차 접종률은 78.1%다. 1차 접종률이 속도를 내 이번 주 80%를 찍는다면 약 한 달 뒤인 11월 중·하순엔 접종완료율도 그만큼 올라갈 수 있다. 이르면 11월 말 위드 코로나 2단계에, 연말 쯤엔 위드 코로나 3단계에 돌입할 수 있다는 시간표가 나온다.
단 복병은 있다. 위드 코로나 1단계 돌입 뒤 방역을 완화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코로나19 유행이 증가할 위험이 있다. 거기다 겨울철로 접어들수록 실내 생활이 늘면서 확진자가 불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겨울철 5차 대유행이 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접종완료율 기준도 중요하긴 하지만, 환자 수 자체가 어느 정도 감당 가능한 범위 안에 있어야 위드 코로나가 가능하다는 대전제를 잊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날 첫 회의에서 일상회복위 위원들은 설사 확진자가 늘더라도 위드 코로나로 가야 한다는 점에서는 모두 동의했다. 이미 국민들의 기대감도 한껏 높아진 상태다. 지난 4~10일 한주간 휴대폰 이동량은 2억3,873만 건으로, 코로나19 유행 전인 재작년 같은 시기(2억5,452만 건)의 93.8% 수준에 이르렀다.
결국 일상회복위의 주된 논쟁은 '방향'보다는 '속도'일 것으로 보인다. 아무래도 방역·의료 전문가들은 신중한 편이다. 김동현 한림대 보건과학대학원장은 “방역이 무너지면 경제민생도 같이 무너지기 때문에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자영업 등 피해가 컸던 분야의 위원들은 속도감 있는 위드 코로나 전환을 요청했다. 전강식 한국외식업중앙회 회장은 “방역 규제 완화를 어떻게 조절할지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부겸 국무총리도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일상회복위에서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의지를 밝혔다. 김 총리는 백신예방접종 완료자에게 다중시설 이용을 허가하는, 이른바 '백신패스' 도입과 의료대응 체계 보강 등 새로운 방역관리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