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 "의회 인사권 행사 집행부 제대로 감시할 것"

입력
2021.10.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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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처장 파견 아닌 개방형 공모
유권자 의식이 유능한 의원 만들어
행사 발품보다 의정으로 평가해야
"오세훈 시장 기관장 인사 협치 아쉬워"

대한민국 지방자치는 대변화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32년 만에 전부개정된 지방자치법이 내년부터 작동한다. 지방정부를 일컫는 ‘지방자치단체’라는 표현을 제외하고 모두 바뀌었다고 할 정도로, 주민주권 시대가 본격 뿌리내릴 수 있는 제도적 밑바탕이 마련됐다.

이를 통해 실질적인 풀뿌리 민주주의와 자치분권을 구현하는 것은 이를 ‘운용’하는 이들의 몫이다. 여기엔 모든 국민이 해당하지만, 그 중심엔 각 지방의회가 있다.

지난달 대한민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장에 선출된 김인호 서울특별시의회 의장의 어깨가 무거운 것도 이 때문이다. 김 의장은 “새 지방자치법 발효 전후 과도기에 선봉에 서게 돼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며 “수도 서울 의회에 걸맞은, 지방자치의 표준 모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달 5일 시의회에서 그의 구상을 들었다.

-현재 어디에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가.

“인사가 만사라고 했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으로 의회 인사권 독립이 부여된 만큼 이를 철저하게 이행할 것이다. 대한민국 역사 이래 처음으로 시의회 사무처장을 개방형 직위로 공개 모집 중이다. 지금까진 집행부에서 파견한 인사가 맡았던 자리다. 의회가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과 기능을 해왔다고 하지만, 집행부에서 파견한 인력으로는 한계가 없었다고 할 수 없다.”

-의회의 중심은 의원들이다. 한계가 있었다는 것은 핑계로 들린다.

“의회 활동을 지원하는 전문인력의 역할이 절대 작지 않다. 현재 계신 분들은 파견 기간이 종료되면 집행부로 다시 돌아갈 분들이다. 지금의 인사 시스템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시의회 사무처장과 그 아래 전문 인력에 대해 의회가 독립적으로 인사권을 행사하면 의원과 의회의 역량이 강화되고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가 제대로 이뤄질 것이다.”

서울시의회 사무처장은 시의회 의장의 명을 받아 의회 사무를 처리한다. 입법, 예·결산 심의, 정책 조사 등 의정 업무 전반을 지원하고, 조직 관리, 행정 업무 등 운영사무를 총괄하며 소속 직원을 지휘·감독하게 된다. 개방형 직위 서울시의회 사무처장 공모는 8일 응시원서 접수가 시작돼 15일 마감을 앞두고 있다. 지방의회 독립성 강화를 위한 제도적 기틀을 다져야 하는 시점인 만큼 선출될 사무처장에겐 막중한 책임이 부여된다.

-의회 전문 인력과 함께 의원들의 역량 강화도 중요하다.

“더 노력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유능한 의원을 뽑고, 힘 있는 의회를 만드는 데 유권자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이런 측면에서 선거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표를 받는 의원들을 보면 지역의 소소한 행사까지 찾아다니며 얼굴을 비춘다. 지역에서 열심히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게 평가 기준이 돼선 안 된다. 진짜 평가는 의회에서 하는 일로 받아야 한다. 어떤 정책을 만들었고, 실현했는지를 봐주셔야 한다. 일하는 의회, 유능한 의회를 만드는 힘은 유권자들의 높은 의식 수준에서 나온다.”

-정치인에 대한 시민들의 혐오 수준이 상당하다. 극복 방안이 있나.

“짧은 민주주의 역사 탓도 있을 것이다. 정치인을 필요 없는 집단으로 매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정치를 못 해서 나라를 빼앗겼던 나라다.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고개를 돌릴 게 아니라 관심을 두고 지켜봐 주셔야 한다. 그러면서 질책도 하고 칭찬하면서 투표를 해야 한다. 당이 아니라 사람을 보고 투표하는 선거 문화도 이제 필요하다. 이를 위해 의회 차원에서 어린이의회 교실, 찾아가는 정치아카데미 등을 고려하고 있다.”

-지방의회에서 경험을 쌓은 이들의 국회 진출이 늘고 있다.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다. 민주주의가 발달한 선진국을 보면, 지방에서부터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 올라가 큰 역할을 한다. 시민, 국민을 위한 봉사가 기본 자세라고 본다면 바닥부터 쌓은 의정활동 경험이 굉장히 중요하다. 훌륭한 정치인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듯 나오지 않는다.”

-협치를 강조한 오세훈 시장이 취임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평가는.

“오 시장이 선거 때 ‘첫날부터 노련하게’라는 표현을 썼다. 취임 첫날부터 의회를 찾아 협치를 강조하고,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에 대한 빠른 판단으로 혈세 낭비를 막은 점 등을 보면 실제로도 노련했다고 본다. 그러나 아쉬운 부분도 적지 않다. 모든 정책은 양면, 공과가 있다. 과가 있다면 그걸 공으로 만들어 능력을 보여주면 될 일인데, 일부의 과를 과대 포장해 시민들에게 상처를 줬다. 시민단체가 ATM(현금입출금기)에서 돈을 빼 쓰듯 시의 돈을 썼다고 한 게 대표적이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산하 기관장 인사를 보면 6개월 전의 협치 다짐에 의문을 갖게 된다.”


정민승 기자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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