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혁 감독 "트럼프, '오징어 게임' 악당 VIP와 닮았다"

입력
2021.10.13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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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영화매체 '인디와이어' 인터뷰서 언급
"트럼프 대선 승리에 '오징어 게임' 제작 결심"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연출자 황동혁 감독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드라마 속 악역인 ‘VIP’에 빗대면서, 5년 전 그의 대통령 당선이 작품 제작에도 영향을 끼쳤다고 밝혔다. 금색 마스크를 쓴 여러 명의 VIP 캐릭터는 벼랑 끝 상황에 처한 낙오자 456명의 생존 게임에 돈내기를 하고, 그들의 죽음을 희희낙락하며 조롱하는 권력자 및 부자들이다.

황 감독은 10일(현지시간) 미국 영화 전문 매체 인디와이어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징어 게임’의 VIP들 중 한 명과 닮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치 트럼프 전 대통령이 국가가 아니라 게임 쇼를 운영하고, 사람들에게 공포를 준 것과 같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드라마 속 VIP들은 동물 머리 모양의 금빛 가면을 착용하고 있는데, 실제 트럼프도 금색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황 감독은 드라마의 기본 얼개를 글로벌 금융위기가 몰아친 2008년쯤 떠올렸다고 했다. 그는 “당시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한국 경제가 큰 타격을 받았고, 나 역시 경제적으로 힘겨웠다”고 회상했다. 이어 “지난 10년간 많은 문제가 있었다. (우선) 전 세계 사람들, 특히 한국 젊은이들이 모든 돈을 가상화폐에 ‘올인’하는 붐이 일었다”고 말했다. 또, “페이스북과 구글, 한국 네이버 등 정보기술(IT) 거물들이 부상했다. 이 기업들은 혁신적이지만 매우 부자가 됐다”고 덧붙였다.

‘오징어 게임’ 제작 착수의 결정적 계기로는 2016년 11월 트럼프의 미 대선 승리를 꼽았다. 황 감독은 “그러고 나서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됐다. 이런 모든 일이 벌어진 뒤, 나는 ‘오징어 게임’이 세상에 나와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미 언론들도 황 감독의 트럼프 전 대통령 관련 언급에 주목했다. 폭스뉴스는 12일 “트럼프의 당선이 ‘오징어 게임’ 구상에 영향을 줬다”고 보도했고, 경제매체 인사이더 역시 “황 감독이 트럼프를 드라마 속 악당과 비교해 ‘오징어 게임’ 구상 과정을 설명했다”고 전했다.

김정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