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의원이 12일 정의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됐다. 거대 양당의 진영 대결로 치러질 이번 대선에서 진보정치가 대안세력으로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수 있는지가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심 후보는 후보 수락연설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향해서는 "누가 부동산 투기 공화국 해체의 적임자인지 무제한 양자 토론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심 후보는 이날 정의당 대선후보 경선 결선투표에서 51.12%(6,044표)를 얻어 이정미 전 대표(48.88%·5,780표)를 2.24%포인트 차로 누르고 선출됐다. 두 사람의 표 차는 264표에 불과할 만큼 접전이었다. 당 안팎에서도 "또 심상정이냐"는 지적이 없지 않다.
심 후보는 지난 6일 예비후보 4명 가운데 1위를 차지했지만 과반 이하(46.42%)를 득표해 규정에 따라 2위 이 전 대표와 결선에서 맞붙었다. 이 전 대표가 내건 '새 인물론' 바람이 거셌지만, 대선 본선을 감안할 때 대중성과 4선 연륜의 심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는 분석이 나왔다.
심 후보는 후보 수락연설에서 여야를 동시 비판했다. 그는 "대장동 특혜 의혹 사건의 본질은 34년 동안 번갈아 집권하면서 부동산 기득권이 한몸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그럼에도 거대 양당이 책임공방을 하며 '삿대질 정치'로 날새는 줄 모른다"고 직격했다.
이어 "국회의원의 아들이 퇴직금으로 50억 원을 받고, 검사의 딸이 헐값에 아파트를 분양받아 두 배로 불리는 동안, 인천의 한 청년은 첫 출근에 외벽 유리창을 닦다가 추락사하고, 여수의 특성화고 학생은 현장실습을 나갔다가 무거운 납덩이를 매달고 물속에서 나오지 못했다”며 “청년들이 탈출하고 싶은 나라가 아니라 함께 살고 싶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역설했다.
심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선후보 중 국민 기대를 모으고 있는 정책은 심상정의 주 4일제 도입 밖에 없다"며 "국민의 삶이 선진국인 나라를 만드는 비전과 정책을 갖고 국민들의 지지를 모을 것"이라고 비전을 밝혔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홍준표 의원 등 거대 양당 후보들의 높은 비호감도는 심 후보의 기회 요인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 어느 쪽에도 호감을 느끼지 못하는 관망층과 중도층이 잠재적 지지자가 될 수 있어서다.
반면 격렬한 진영 대결로 흐르고 있는 현 대선구도는 불리한 환경이다. 민주당이 '개혁 성향'의 이재명 후보를 선출한 것도 심 의원의 활동 공간을 위축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심 후보에게 기대하는 진보 표심을 잠식할 가능성이 다분해서다. 이에 심 후보는 선거 전략상 앞으로 중도 공략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보이는 이 후보를 겨냥해 '개혁성 후퇴'를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수락연설에서 이 후보와의 부동산을 주제로 한 무제한 토론을 하자고 제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민주당과 단일화 가능성은 현재로선 높지 않다. 심 후보는 2012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했지만 2017년 대선은 완주했다. 심 후보는 지난달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과의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민주당은 신(新) 기득권"이라며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