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가계부채 증가율 관리 마지노선 사실상 '7% 밑'까지 후퇴

입력
2021.10.12 18:30
금융위원장 "6.9% 달성도 어려움 있다" 토로
금융권 대출여력 13조로 약 2배 증가 효과
금융위 "6.99%도 6%대,  기존 입장 변화 없다"

금융당국이 올해 5~6%대로 관리하겠다고 한 연간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치를 그 상한선인 6.99%까지 늘릴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사실상 가계부채 증가율 마지노선을 7%대까지 뒤로 밀어놓은 것으로 대출 규제 기준이 완화됐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5대 은행의 연말까지 대출 여력도 기존 6조 원대 후반에서 13조 원대로 약 2배 가까이 늘어나게 됐다.

1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도입을 골자로 한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하면서 올해 연간 가계부채 증가율을 5~6%대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8~10% 수준으로 치솟던 가계부채 증가세를 사실상 6%대 이내에서 잡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치를 대하는 금융위 입장은 최근 미묘하게 변하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6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가계부채 증가율) 6.9%를 달성하려면 굉장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으로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고 말하면서 7%만 넘지 않아도 '선방'한 것이라는 인식을 보였다. 5~6%대를 강조하던 기존 입장과 비교하면 한발 뒤로 물러난 셈이다.

고 위원장 발언은 DSR 40% 시행에도 가계부채가 여전히 가파르게 오르는 상황에서 나왔다. 실제 지난 7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03조4,416억 원으로 전년 말보다 4.97% 늘었다. 금융위가 제시한 관리 목표치 5~6%대의 하단에 근접한 것이다.

금융위가 가계부채 관리 목표를 최대한 높게 잡으면서 금융권은 대출에 여유가 생겼다.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치를 애초 제시한 5~6%대의 평균인 6.0%로 가정하면 5대 시중은행 대출 잔액은 6조9,215억 원 수준이다. 반면 가계부채 증가율을 6.99%로 잡으면 13조5,500억 원을 더 빌려줄 수 있다.

다만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감안하면 6.99% 달성도 어려운 과제다. 이에 다른 금융권보다 더 엄격하게 관리받는 은행권은 가계부채 증가율이 6.99%까지 도달하지 않도록 대출을 조일 가능성도 있다. 또 금융위는 다음 주 내놓을 가계부채 추가대책에 담기 위해 실수요자가 많이 찾는 전세대출 규제 확대도 고민하고 있다.

이와 관련 금융위 관계자는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치를 5~6%대 범위로 제시한 것은 6.99%도 포함해 목표 수준을 완화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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