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계속되는 '애민·내부결속' 행보… "10년간 빛나는 성과"

입력
2021.10.1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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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 창건일에 열병식 대신 기념강연
체제 와해 우려해 업적 띄우기도 본격화
선전매체 "남측 이중 잣대" 비난은 지속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겸 노동당 총비서가 ‘애민’ 행보에 부쩍 열을 올리고 있다. 10일 당 창건 76주년을 맞아 화려한 열병식이 수놓았던 지난해와 달리 직접 연단에 올라 주민을 위한 ‘민생정치’를 다짐했다. “10년간 빛나는 성과를 거뒀다”면서 김정은 체제의 공고함도 역설했다.

11일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매체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당 창건 76주년 기념 강연회에서 “어떤 풍파 속에서도 영도력을 계속 강화해 나갈 수 있는 확고한 체계와 기틀을 세워놓은 것이 지난 10년간 당 건설에서 이룩된 빛나는 성과”라고 주장했다. 당 창건일에 김 위원장이 강연을 한 건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 이어 다시 ‘인민’을 강조했다. 그는 “제8차 당대회가 설정한 5개년 계획 기간을 나라의 경제를 발전시키고 인민들이 의식주 문제를 해결하는 대변혁의 5년이 되게 하라”고 간부들에게 주문했다. 대북제재에 따른 경제난과 수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등으로 피폐해진 주민 생활을 감안, ‘의식주 문제’를 최우선 해결 과제로 내세우며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가 언급한 10년은 2011년 12월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후 최고사령관으로 추대돼 권력을 장악한 집권 기간을 의미한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경제난으로 인한 체제 와해를 우려해 본격적인 ‘업적 띄우기’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별도의 대남ㆍ대미 메시지는 없었다. 앞서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남북관계 개선의 공을 남측에 떠넘기는 등 방대한 대외 메시지를 쏟아낸 만큼, 당분간 한미의 움직임을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당시 단절됐던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 의사를 밝히면서도, 남북관계 경색의 원인은 남측에 있고 군사력 증강에 대한 이중 기준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미국에도 “적대시 정책 수법이 더 교활해지고 있다”면서 제재를 해제해야 북미 협상 테이블에 복귀할 수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북한 선전매체 역시 군사 행동을 둘러싼 남측의 이중잣대를 비난하는 행보를 이어갔다. 우리민족끼리는 우리 군이 1일 국군의날 행사에서 합동상륙작전을 시연한 것과 관련, “군사주권을 외세에 맡긴 반쪽짜리 남조선군의 허세와 객기”라고 폄하했다. 그러면서 “부질 없는 객기로 초래될 것은 불신과 대결, 조선 반도의 정세 악화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정승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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