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과 통화만 뺀 日 기시다… 한일관계 접점 안 보인다

입력
2021.10.11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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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제외하고 미·중·러에 취임 인사
의도적 거리두기... 아베 답습 해석도

일본 기시다 후미오 내각에서도 한일관계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징후가 계속 포착되고 있다. 취임 일주일이 지났지만 기시다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하지 않았다. 미국, 호주 등 동맹은 물론 중국ㆍ러시아 정상에게도 취임 인사를 하면서 가장 가까운 이웃 한국만 빠트린 것이다. 한일관계가 최악을 달렸던 아베 신조 전 총리 시대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기시다 총리는 취임 8일째인 11일 현재, 4개국 안보협의체 쿼드(Quad)에 속한 미국, 인도, 호주 정상과 전화통화를 마쳤다. 일본과 관계가 썩 좋지 않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8일)에게도 먼저 전화를 걸었다.

기시다 총리의 한국 홀대는 전임 스가 요시히데 총리에 견줘 보면 명료해진다. 스가 전 총리는 취임 9일째 문 대통령과 통화했는데, 중국ㆍ러시아보다 먼저였다. 우방으로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를 공유하는 것 외에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점도 고려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스가 전 총리는 한국을 일컬어 ‘매우 중요한 이웃나라’라는 외교적 수사를 썼다. 반면 기시다 총리는 8일 첫 국정연설에서 한국을 “중요한 이웃나라”라고 칭해 평가가 후퇴했다는 분석이 다수였다. “건전한 한일관계로 되돌리기 위해 한국 측에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하겠다”는 강경 입장도 내비쳤다.

이 때문에 향후 한일 정상이 통화하더라도 단순한 ‘덕담’ 수준에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 실제 기시다 총리는 시 주석과의 통화에서도 안보, 인권 등 이슈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그는 통화 뒤 취재진에 “중국에 주장할 것은 주장하면서 앞으로 솔직하게 논의하겠다”며 ‘힘의 외교’를 천명했다. 일방 외교 노선으로 일관한 아베 시대를 연상케 하는 발언이다.

일본군 위안부 및 강제징용 피해 배상 문제 등 양국 사이의 난제들도 더욱 접점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의 구체적 한일관계 기조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그는 전임 총리들처럼 한국에 해법 도출의 책임을 떠넘길 가능성이 크다.

정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