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야" 보험금 노리고 여자친구 청부 살해 시도 10대 등 3명

입력
2021.10.10 22:21
0면
보험금 노리고 교제까지, 치밀한 계획
경찰, 구속 영장 신청 예정



전남 화순에서 억대의 사망 보험금을 노리고 동갑내기 여자친구를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10대 3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여자친구에게 '이벤트'를 해줄 것 처럼 속이는 등 범행 수법도 교묘해 충격을 주고있다.

10일 화순경찰서에 따르면 보험설계사로 근무중인 A(19)군과 살인에 가담한 친구 2명을 살인 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A군은 9일 오후 11시쯤 화순군 북면 백아산 인근 펜션에서 자신과 함께 놀러 온 여자친구 B(19)양에게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했다고 유인해, 친구들과 살인을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순천에서 사는 A군은 B양에게 펜션서 약 1㎞ 떨어진 특정한 지점에 선물을 숨겨뒀으니 혼자 가서 찾아오라는 이벤트를 지시했다. 홀로 펜션을 나섰던 B양은 목적지까지 가는 길은 너무 어두웠고 무서워 다시 돌아왔지만, A군은 "이벤트이니 꼭 혼자 가야 한다"며 B양을 다시 밖으로 유인했다.

대단한 선물이 있을 거라고 상상한 B양은 큰 맘을 먹고 A군이 말한 으슥한 지점까지 찾아갔다가 A군의 친구 C(19)군을 만났다. C군은 다짜고짜 B양의 목을 겨냥해 여러 차례 흉기를 휘둘렸다. 이 과정에서 흉기가 부러졌고, 그 틈을 타 B양은 펜션 방향으로 도망갔지만 C군은 뒤쫓아가 목을 조르며 또다시 살해를 시도했다.

사력을 다해 C군에게서 벗어난 B양은 겨우 펜션인근까지 도주했고, B양의 비명을 들은 주변 사람들에 의해 구조돼 경찰에 신고했다. 광주 대학병원으로 옮겨진 B양은 수술을 거쳐 다행히 목숨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외제 차량을 몰고 온 A군의 차 트렁크에서 C군을 발견하고, 현장에서 두 명을 체포했다. 이후 경찰 수사로 밝혀진 사건의 전모는 충격이었다.

A군은 지난 5월 채팅 앱을 통해 B양을 알게 됐지만, 처음부터 여자친구를 사귀려는 목적이 아니라 살인을 해 4~5억 원의 사망 보험금 을 타내기 위한 것이었다. A군은 자신이 몰고 다니던 외제 차량의 할부금을 갚으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A군은 5개월간 B양과 교제를 하면서 B양 명의로 보험을 들어놓고 보험금 수령인을 자신으로 지정해뒀으며 보험 효력이 발생할 때까지 A군은 거짓 연애를 계속하면서 친구 2명과 치밀한 범행을 모의했다.

A군이 커플 이벤트를 가장해 B양을 으슥한 곳으로 보내면, C군이 미리 기다리고 있다가 살해하고 또다른 친구 D(19)군이 자신의 차량으로 도주를 돕는다는 계획이, 물거품으로 끝났다.

박경우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