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오락실 단속 정보 아들 통해 전달한 경찰관, 집행유예

입력
2021.10.10 09:17




자신의 아들을 통해 불법 오락실 단속정보를 전달한 경찰관이 항소심에서도 모두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0일 광주지법 형사2부(부장 김진만)에 따르면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전남 목포경찰서 소속 A경위의 항소심에서 A씨와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재판부는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아들 B씨는 검찰의 공소장 변경을 이유로 원심을 파기했으나 형량은 1심과 같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00만 원을 유지했다.

A씨는 2018년 6월 목포 등 전남 5개 경찰서의 불법 사행성 게임장 단속 지시 공문 내용을 아들을 통해 지인에게 유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2018년 1월 목포에서 가요주점을 운영하며 손님에게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다.

검찰 조사결과 A씨는 아들이 세든 건물의 소유주이자 성인용 오락실을 운영하는 업자 C씨와 친분을 유지해왔고 아들을 통해 C씨에게 단속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검찰은 지인의 음주 측정을 막고 도망가게 한 혐의(범인도피)로 C씨를 수사하다가 C씨가 불법 오락실을 운영하는 것을 파악하고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까지 수사를 확대했다. 이 과정에서 아들 B씨가 C씨에게 "아버지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오락실 단속을 하나 보다"라고 알려준 통화 녹음 파일을 확보했다.

하지만 A씨는 해당 파일이 적법한 영장에 따라 압수된 것이 아닌 만큼 증거능력이 없고 이미 단속이 완료된 후 내용이 공유돼 공무상 비밀로 볼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게임산업 진흥법 혐의에 관해 적법하게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해 얻은 증거이고, 취득된 압수물은 법률상 제한이 없는 이상 별건 범죄 사실의 증거로도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경찰관의 공정한 법 집행에 관한 신뢰가 훼손돼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공문에 의한 단속이 통화 하루 전 저녁에 이뤄져 실제로 단속이 방해받지는 않은 점, 피고인이 장기간 경찰로 근무한 점 등을 고려하더라도 원심의 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볍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박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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