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하다 사망한 실습 고교생… "안전조치 없는 저임금 노동 심각"

입력
2021.10.08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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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남 여수의 한 요트 선착장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고교생이 잠수 작업을 벌이다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체계적인 관리도 없이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현장실습 구조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교조 전남지부 등 여수 현장실습생 사망사고 진상규명 대책위원회는 8일 기자회견을 열고 "계속되는 현장실습생 사망 사고에 대한 총체적인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고교 3학년생 A군은 지난달 27일부터 전남 여수 웅천 요트장에서 현장 실습을 시작했다. 현장실습 계획서에는 선상에서 항해 보조를 하거나 접객 서비스를 한다고 적혀 있었지만, A군은 잠수해 요트에 달라붙은 따개비 등을 제거하는 작업에 투입됐고, 지난 6일에도 잠수 작업을 하던 중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잇따른 사망사고에도 불구하고 실습생들이 안전관리 미숙 등 위험에 노출되는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는 게 전교조의 주장이다. 지난 2017년 제주에선 공장에서 일하던 실습생이 압착기 점검 중 몸이 끼는 사고로 숨졌고, 전주 콜센터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교육부는 안전관리 대책 일환으로 현장실습을 산업체 파견형에서 '학습중심'으로 지난 2017년 개편한 바 있다. 전교조는 "학습중심 현장실습은 이미 현장 곳곳에서 교육이 아닌 또 다른 저임금 노동임이 확인되고 있으며, 이번 A군의 가슴 아픈 소식은 그 실체를 낱낱이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A군은 기업현장교사도 없는 일터에서 안전조치 의무 불이행으로 사망에 이르렀다고 전교조는 강조했다. 전교조는 "안전하고 체계적인 교육훈련이 가능한 현장실습 참여기업을 책임감 있게 선정하지 않는 이상 현장 실습생의 산업재해 사고는 되풀이될 것"이라며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은 참여기업에서 배제하고 현장실습 사업체에 대한 지도 점검을 비롯, 재발 방지 대책을 근본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전교조는 △현장실습 업체, 해당 학교, 교육청의 유가족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와 책임 △현장 실습생 사망 사고에 대한 총체적인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해양관광레저산업의 영세사업자에 대한 안전 조치 및 근로감독 강화 △현장실습 기업체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실시 △직업계고 교육정상화계획 수립 등을 요구했다.

맹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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