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년 만에 언론인으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게 된 필리핀 언론인 마리아 레사와 러시아 언론인 드미트리 무라코프의 수상 소감은 언론의 존재 이유를 다시금 일깨웠다. 노벨위원회가 수상자 선정 이유에서 설명했듯 이들은 권력에 맞서 진실을 계속 파헤쳐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레사는 8일(현지시간)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의 수상자 발표 이후 인터뷰에서 언론의 존재이유부터 말을 꺼냈다. AFP통신에 따르면 레사는 자신이 공동 설립한 탐사보도 매체 ‘래플러’를 통해 생중계된 인터뷰에서 “사실 없는 세상은 진실과 신뢰가 없는 세상을 의미한다”고 소감을 말했다. 레사는 수상 사실에 깜짝 놀랐다면서도 “(자신과 래플러는) 하고 있는 일을 계속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장 위험한 때가 가장 중요한 때”라며 “우리는 계속해서 빛을 비추어야 한다”고 단언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며 정권의 탄압을 받고 있지만 뜻을 꺾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공동 수상자인 러시아 언론인 드미트리 무라토프는 수상 영광을 동료에게 돌렸다. 그는 “나는 이 공을 차지할 수 없다”며 “공은 노바야 가제타의 것”이라고 말했다고 타스통신은 보도했다. 무라토프는 이어 “(노벨 평화상은) 언론의 자유에 대한 국민의 권리를 옹호하다 사망한 사람들에게 수여됐다”고 덧붙였다. 자신과 함께 노바야 가제타에서 진실을 밝히다 숨진 6명의 기자들을 기리는 의미로 해석된다. 공교롭게도 수상자 발표 전날인 7일은 지난 2006년 아파트 입구에서 총에 맞아 숨진 안나 폴리트콥스카야 기자의 기일이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한편 무라코프와 각을 세워 왔던 러시아 정부는 탐탁잖은 축하 메시지를 발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대통령궁) 대변인은 이날 무라토프의 수상 소식에 관해 “우리는 무라토프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축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어 “무라토프는 자신의 이상에 따라 집요하게 일하며, 헌신적이고, 재능 있고, 용감한 인물”이라고 덧붙였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