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백 현금 1억… 청탁받은 전 성남시의장은 공공개발 반대

입력
2021.10.07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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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의회 회의록서 민간개발 강조 정황 담겨
민간 사업자들 "민간개발 방식 승인받게 해달라"
최윤길 당시 시의원에게  현금 1억 든 쇼핑백 전달
"현금 반환" 무혐의 처분… 현재 화천대유서 일해

경기 성남시의회 의장을 지낸 최윤길씨가 화천대유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그가 대장동 개발 논의 초반에 이른바 '대장동 멤버'로부터 청탁을 받고 공공개발을 막으려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7일 성남시의회 회의록에 따르면 행정기획위원회 소속이던 최씨는 2011년 11월 상임위에서 성남시 관계자를 향해 "(사업 대상지 대다수를 소유한 민간 사업자가) 사유지를 공공에 매각할 의사가 전혀 없고 자체적으로 개발하겠다고 하면 공공이 강제로 빼앗아 사업을 해도 된다고 생각하냐"라며 "그런 사업 대상지가 있으면 공공이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최씨의 이 같은 발언은 행정기획위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설립 필요성에 대해 논의되는 과정에 나왔다. 성남시가 공사 설립 뒤 대장동 개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자료를 제출하자, 최씨는 대장동 땅은 대부분 사유지라서 공공기관이 사업을 하면 안 된다고 제동을 걸었다.

최씨는 "90% 이상인 사유지를 갖고 공공이 강제로 (개발한다는데) 여기가 공산주의냐. 남의 사유지를 강제로 수용해서 개발하냐. 이렇게 개발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남시 관계자가 "절차에 의해 할 수 있다"고 답하자, 최씨는 "대한민국에서 그런 일이 발생하면 되냐. 사유지를 빼앗아 조금 보상해주고 공공이 막대한 수입을 챙겨도 되는 거냐"라고 재차 비판했다.

이듬해 6월 열린 예산결산특위 회의에서는 "대장동은 97.4%가 사유지인데, 사유지를 빼앗아 택지를 조성해 분양한다는 말 같지도 않은 소리는 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최씨가 민간 사업자들을 대변하는 발언을 한 이유는 그가 금품 로비를 받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는 2010년 지방선거를 전후해 대장동 민간 사업자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2014년 경찰 수사를 받았다. 대장동 민간 개발을 추진했던 부동산개발업체 대장프로젝트금융투자(대장PFV) 대표 이모씨의 1심 판결문에는 민간 사업자들이 최씨에게 로비한 정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판결문에 따르면 대장PFV 대표 이씨와 자회사인 자산관리회사 대장AMC 대표 김모씨 등은 민간개발 방식의 도시개발 지정을 승인받을 수 있도록 청탁하기 위해 2010년 1월쯤 현직 시의원이던 최씨를 만났다. 이들의 만남은 화천대유 민간 투자자였던 정영학 회계사의 소개로 이뤄졌다.

이씨의 판결문엔 이씨와 김씨가 지역구 의원인 최씨에게 잘 보이려는 목적으로 최씨가 고급 승용차를 살 수 있도록 쇼핑백에 현금 1억 원을 담아 전달한 사실이 적시됐다. 최씨는 두 사람의 바람대로 개발공사를 설립해 대장동 사업을 추진하려는 성남시에 제동을 걸었다. 다만 최씨는 "현금인 것을 안 후 모두 반환했다"고 주장해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최씨는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소속이었으나 성남시의장 당내 경선에서 탈락한 뒤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의 지원을 받아 2012년 7월 하반기 의장으로 선출됐다. 이후 새누리당을 탈당한 뒤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2015년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에 의해 성남시체육회 상임부회장에 임명됐다. 지난해 화천대유에 입사해 주민 입주를 돕는 업무를 하고 있다.

윤한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