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대장지구 개발사업 시행사인 '성남의뜰'이 송전탑 지하화 등과 관련해 환경부 산하 한강유역환경청(이하 환경청)으로부터 5차례에 걸쳐 총 2,800만 원의 과태료 부과 및 이행조치명령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주민들의 생활환경과 관련해 전자파 피해를 막기 위해 환경청과 협의한 내용을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성남의뜰은 송전탑 지하화 추진 대신 법적 대응에 나섰는데, 이 과정에서 성남의뜰에 지분을 가진 화천대유는 권순일 전 대법관을 고문으로 영입했다. 전관을 활용한 '호화 고문단'을 꾸려 대장동 개발이익 극대화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실이 환경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성남의뜰은 2020년 2월 환경청으로부터 대장동 사업지구 북측에 위치한 송전선로를 지하화할 수 있도록 계획을 제시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2019년 12월에는 해당 송전선로가 인근 주민들에게 전자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민원이 있으니 확인하고 조치하라는 이행 명령도 있었다.
대장동 개발 사업부지 북측에 위치한 345kV(킬로볼트)의 송전선로 및 철탑을 두고 전자파 위험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2016년 10월 환경청과 성남의뜰 간 협의에는 "사업지구 내 송전선로 지중화 계획이 있으므로 인근 주거지 등에 전자파 영향 및 전파 장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문구가 명기돼 있다. 성남의뜰은 2015년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는 "지중케이블 관로의 규모 등을 개발계획에 사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지중화(지하화) 방안을 보다 구체적으로 적었다.
성남의뜰은 그러나 지중화 추진 대신 법적 대응에 나섰다. 2020년 6월 환경청의 두 차례 이행조치명령에 응하지 않아 2,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는데, 올해 1월 이행조치명령 취소를 위한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지난해 3월엔 시행사 성남의뜰과 화천대유가 송전탑 지중화 민원을 제기한 주민을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권 의원은 성남의뜰과 관련해 "환경영향평가 협의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주민들의 불편과 불만이 큰 상황"이라며 "한강유역환경청은 추가 위반사항이 없는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주목할 대목은 성남의뜰이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이 화천대유가 권 전 대법관을 고문으로 영입한 시기(2020년 10월)와 겹친다는 점이다. 이성문 전 화천대유 대표는 지난달 19일 본보 인터뷰에서 “대장지구 북측 송전탑 지하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안목 있는 대법관 출신을 영입하기로 하면서 (권 전 대법관을) 모셨다"고 밝힌 바 있다. 수백억 원이 투입될 수 있는 '송전탑 분쟁'이 불거질 것을 대비해 권 전 대법관을 영입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