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김영광 김우빈이 모델 출신 배우 전성기를 열었다면 현재 배턴을 이어받은 후배들의 활약도 만만치 않다. '오징어 게임'의 정호연부터 이주영 등 다양한 장르에서 존재감을 과시하는 이들이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9월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의 최대 수혜자는 이정재도 황동혁 감독도 아니다. 바로 모델 출신 배우 정호연이 그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새로운 이미지로 떠오른 정호연을 두고 많은 이들이 신인으로 오해할 법도 하지만 그는 화려한 모델 경력의 소유자다.
정호연은 지난 2013년 방송된 온스타일 모델 서바이벌 프로그램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4'에서 3위를 차지하며 얼굴을 알렸다. 각종 해외 패션쇼 무대와 국내 쇼무대를 넘나들며 2019년 아시아 모델 어워즈에서 아시아 스타상을 수상하는 등 활약했다. 첫 연기 도전작인 '오징어 게임' 공개 후 정호연의 SNS 팔로워 수는 무려 1,700만 명대를 기록, 국내 여자 배우 중 SNS 팔로워 수 1위를 차지했다.
배우 이주영 역시 긴 시간 모델로 활동했다가 연기의 길을 걷고 있다. 그는 영화 '독전'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보이스', 넷플릭스 시리즈 '보건교사 안은영'까지 등장하는 작품마다 꾸준히 화제성을 견인하는 중이다. 이주영은 모델 활동이 배우의 영역에서 크게 도움이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모델 활동을 먼저 한 건 다행이다. 나를 표현하고 드러내야 하는 직업이다 보니 못하는 부분을 발달시킬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정호연과 이주영이 새롭게 등장한 모델 출신 배우라면 그 기반을 탄탄하게 다져놓은 또 다른 배우 이솜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173㎝의 큰 키의 이솜은 2008년 Mnet 모델 선발 프로그램 '체크 잇 걸'에서 우승하며 데뷔했다. 이후 2010년 영화 '맛있는 인생'으로 연기를 처음 시작했고 '마담 뺑덕'을 통해 여자 신인상을 받았다. 행보도 꾸준한 편이다. 독립영화 '소공녀' 이후 연기력에 대한 호평이 쏟아졌다.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 '제3의 매력' '모범택시' 등을 통해 주연급으로 올라섰다.
그렇다면 이들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먼저 새로운 얼굴 발견이라는 점이 대중에게는 신선함으로 작용했다. 앞서의 모델 출신 배우들 모두 아이콘다운 매력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특히 정호연의 경우 신선한 마스크와 준비된 연기력으로 단숨에 흥행 배우 반열에 올랐다.
과거 모델 출신 배우에게는 대중의 높은 잣대가 따라다녔다. 일찍이 자리 잡은 모델 출신 배우 오지호 강동원 차승원 모두 연기력을 쌓아올려가며 자신의 입지를 다졌다. 모델에서 연기자로 전향한 이후 높은 수준의 연기력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금세 '연기 부족'이라는 꼬리표가 붙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모델 출신이라는 이력이 새로운 강점이 되고 있다. 모델로서 표현했던 감정이나 분위기를 연기로 표출해 내며 개성 있는 연기가 또 하나의 매력 포인트로 작용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