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사업 '대박' 소식에 너도 나도 "한몫 잡자" 줄소송

입력
2021.10.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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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변호사에게 사업권 넘겼던 개발업자 20억 소송
'대장동 원년 멤버'도 정영학 회계사에 "30억 더 달라"
사업권 워낙 복잡하게 얽혀 있어 추가 소송 가능성도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을 주도한 민간 사업자들이 예상치를 훨씬 웃도는 거액을 벌어들이자, 과거 동업자들이 이들을 상대로 수익을 배분해달라고 요구하며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천화동인 4호 소유주인 남욱(48) 변호사는 8,721만 원을 투자해 1,007억 원의 배당금을 받았고, 천화동인 5호 소유주인 정영학(53) 회계사는 5,582만 원을 투자해 배당금으로 644억 원을 챙겼다.

7일 법조계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2018년 8월 부동산 개발업체인 판교프로젝트금융투자(PFV) 전 대표 김모(56)씨가 남욱 변호사를 상대로 약정금 19억9,860만 원을 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2009년 말 '판교PFV' 대표 이모(52)씨는 대장동 사업을 추진하면서 저축은행 11곳으로부터 1,805억 원을 대출받아 지주작업(땅 수용)에 사용했다. 소송을 제기한 김씨는 당시 판교PFV 이사였고, 남 변호사는 자문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2011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가 터지며 사업이 좌초될 상황에 놓이자, 이씨는 그해 3월 김씨에게 회사 주식과 대장동 민간개발 사업권을 양도했다. 김씨는 회사를 물려받은 지 4개월 만인 같은 해 7월 다시 남 변호사에게 사업권을 넘겼다.

김씨는 남 변호사에게 사업권을 넘기는 조건으로 대장동 사업으로 추가 대출이 발생하면 10억 원, 프로젝트 파이낸싱(PF·자금 조달)이 발생하면 15억 원, 분양에 성공하면 추가로 15억 원을 받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했다.

2014~2015년 성남시가 대장동 개발을 민관합동 투자 방식으로 진행하면서 '성남의뜰'이 사업 시행자로 선정되자, 주주로 참여한 남 변호사는 '대박'을 쳤다. 김씨는 합의서에 따른 돈을 달라며 약정 금액의 일부인 19억 9,860만 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남 변호사는 "성남의뜰이 시행자로 선정돼 특약사항인 '추가 대출 발생, PF 발생, 분양계약기간 완료'라는 조건이 성립되지 않았다며 맞섰지만, 법원은 김씨 손을 들어줬다. 이후 김씨가 소송을 취하하면서 양측 분쟁은 2019년 1월 마무리됐다.

민간 부동산 컨설팅업자 정재창(52)씨는 지난 7월 자신이 대표로 있는 경영컨설팅 업체 '봄이든' 명의로 정 회계사 소유의 천화동인 5호를 상대로 30억 원의 약정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정씨는 남 변호사 및 정 회계사와 오래전부터 부동산 개발사업을 함께한 이른바 '대장동 원년 멤버'였다. 그는 현재 대장동 사업 특혜 의혹의 중심에 있는 성남도시개발공사 전 기획본부장 유동규(52)씨에게 3억 원을 건넸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정씨 측 변호인은 소송을 제기한 이유에 대해 "정씨가 대장동 사업 초기 시행사업에 공동으로 참여하면서 남 변호사, 정 회계사와 '대장동 사업으로 돈을 벌면 나눠 갖자'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그는 "남 변호사는 약정에 따라 60억 원을 줬지만 90억 원을 주기로 했던 정 회계사가 60억 원만 준 뒤 30억 원은 주지 않아 부득이하게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정씨가 유동규씨에게 뇌물 3억 원을 건넨 것을 빌미 삼아, 이를 공개하지 않는 조건으로 정 회계사와 남 변호사에게 150억 원을 요구해 120억 원을 받았고, 나머지 30억 원을 마저 받기 위해 소송을 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정씨는 최근 잠적한 것으로 알려져 검찰은 그의 소재 파악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가 대장동 사업으로 '떼돈'을 챙긴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들을 상대로 추가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장동 사업 초기에 참여했던 업계 관계자는 "대장동 사업권은 워낙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데다 수익 배분을 둘러싼 이면계약이 있다는 이야기도 퍼지면서, 앞으로 소송에 나서겠다는 사람이 더 나올 수 있다"고 전했다.


윤태석 기자
장수현 견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