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남욱(48) 변호사의 천화동인 4호를 압수수색해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55)씨로부터 올해 1월 수표 4억 원을 받아 사용한 회계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시점(1월)과 자금 형태(수표) 등이 정영학 회계사의 진술과 녹취록에 등장하는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유동규씨가 김씨에게 뇌물로 받은 수표 4억 원'과 흡사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해당 자금의 성격을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7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전담 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전날 서울 강남 모처에 있는 천화동인 4호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지난달 29일 화천대유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하면서 서울 서초구 천화동인 4호 사무실도 대상에 올렸지만, 8월부터 사무실이 비어 있던 터라 빈손으로 돌아갔다. 검찰은 이에 따라 새 사무실 이전을 앞두고 남 변호사 측이 임시로 빌린 천화동인 4호 사무실을 이날 다시 압수수색한 것이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김만배씨 측으로부터 지난 1월 1,000만 원짜리 수표 40장(4억 원)을 받았다는 천화동인 4호의 회계 결산 내역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받은 돈은 이후 직원 인건비 등 운영비로 사용된 것으로 기록됐다고 한다.
검찰은 대장동 사업 '설계자'로 지목된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에 등장하는 '뇌물 5억 원'과의 유사성에 주목하고 있다. 정 회계사의 녹취록에는 유동규씨가 김씨로부터 사업 수익 700억 원을 약속 받았고 올해 1월 그중 일부인 수표 4억 원 등 총 5억 원을 뇌물 명목으로 받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검찰은 해당 녹취록과 정 회계사의 진술을 토대로 유씨에 대해 업무상 배임에 더해 뇌물 혐의까지 적용해 지난 3일 구속했다.
검찰은 4억 원의 성격에 대해 여러 가능성을 열어둔 채 수표의 동일성 여부부터 조사하고 있다. 정 회계사의 진술대로 유씨에게 뇌물이 전해졌으며 그 과정에서 남 변호사가 개입됐을 수도 있지만, 남 변호사가 돈을 전달하지 않고 임의로 사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검찰은 정 회계사 진술 자체의 허위 여부도 살펴보고 있다. 김씨 측은 "(남 변호사에게 준 4억 원은) 빌린 돈을 갚은 것"이라며 "유씨에게는 수표를 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유씨 측도 "김씨에게 돈을 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으로, 돈을 줬다는 쪽과 받았다는 쪽 모두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의혹의 핵심인 유동규씨의 신병을 빠르게 확보하려다 보니 수표 추적이나, 공여자로 지목된 김만배씨 조사가 생략된 측면이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날 유씨를 조사한 데 이어 11일에는 김씨를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