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골수이식까지 해야 할 정도로 몸이 망가졌습니다. 막대한 병원비가 드는데도, 정부는 달랑 A4 용지 한 장으로 인과성이 인정되지 않았다고 통보하고는 최소한의 의료비 지원도 없었습니다. 정부가 하라는 대로 했을 뿐인데, 백신 부작용을 얻으니 정부는 이제와 나 몰라라 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에 대한 국정감사 이틀째인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장에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으로 사망이나 중증 질환을 얻은 피해자의 가족들이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이들은 모두 예방접종과 이상반응의 인과성 인정이 지나치게 지엽적이며, 정부의 위로와 설명이 너무나 부족했다고 성토했다.
아버지가 지난 3월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하루 만에 심정지에 이르렀다는 A씨는 “백신 제조사들이 부작용에 대한 면책권을 받아낸 것도 부작용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해서가 아닌가"라며 "그런데 어떻게 질병청은 많은 사람들이 백신 접종 후 짧은 시간 안에 상태가 악화해 사망까지 이르는데 연관성이 없다고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방자치단체가 백신 접종과의 인과성을 인정했는데도 질병청 피해조사반이 자료 불충분을 이유로 인정하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았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B씨는 건강하던 부인이 백신을 맞고 심장이식까지 받았다고 했다. 경남도청은 인과성을 인정했는데, 이후 피해조사반에선 인정받지 못했다. B씨는 "24시간 간병을 해야 하는 상황에, 병원비가 6,600만 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상반응에 따른 막대한 치료비 부담은 B씨만의 어려움이 아니었다. 지난 3월 백신을 맞고 중증 재생불량성 빈혈 진단을 받았다는 C씨는 “접종 3개월 후에는 골수이식을 하지 않으면 죽을 수 있다는 말까지 들었고, 최근엔 비급여 항암제까지 써서 한 달에 100만 원 정도가 들어 경제적 부담도 심하다”며 “인과성을 인정받지 못해 최소한의 의료비 지원조차 없었다”고 호소했다.
D씨는 “당뇨와 혈압이 있었지만 일상생활에 전혀 문제가 없던 70대 어머니가 2차 접종 열흘 만에 길랑 바레 증후군으로 사지마비까지 이르렀다”며 “3개월간 1,300만 원에 달하는 병원비를 감당하는 것이 너무나 고통스럽다”며 흐느꼈다.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성의 없는 태도를 보였다는 점도 여러 차례 지적됐다. 백신 접종 후 한 달도 안 돼 어머니가 사망했다는 E씨는 인과성 심의에 대해 문의하는 과정에서 "질병청 담당자가 전화를 끊어버린 적도 있고, 공무원들끼리 '친절하게 대할 필요 없다'고 얘기하는 것도 들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의원들은 정부가 인과성 평가 과정과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은 게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개발된 지 1년도 안 된 백신인 만큼 인과성을 판단하는 기준을 넓히고 중증 환자에 대한 치료비를 더 적극적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령 백신 접종 후 심근염으로 사망했는데 인과성을 인정받은 경우는 단 한 건이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 심근염인데 어떤 경우는 인정되고, 어떤 건 안 되는지 차이를 알 수 없다"며 “정부가 치료비를 먼저 지원하고 후에 인과성이 명백해지면 구상권을 행사하면 된다”고 말했다.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은 “참고인들은 피해자의 일부일 뿐이다. 이분들이 가족이자 이웃이라고 생각해보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방역당국은 고개를 숙였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절차상 많은 부족함과 미흡함이 있었다"며 "좀 더 다른 관점으로 폭넓은 지원 방안을 찾기 위해 논의하겠다"고 약속했다. 권덕철 복지부 장관도 "그간 대응 과정에서 잘못된 부분은 개선하고 여러 지원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기금을 만들어 피해자들을 돕자는 제언도 나왔다.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은 "기업을 통해 기금을 조성해 이상반응으로 돌아가신 분들을 위로하는 시스템을 마련하자"고 말했다. 정 청장은 "가능성이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