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에 사는 예비신부 김희연(가명·32)씨는 이달 중순 제주도 대신 몰디브로 신혼여행을 가기로 결정했다. 여행객이 붐비는 제주도보다 코로나19 감염 부담이 덜하고 자가격리 면제도 가능해 신혼여행지로 제격이라 판단했다. 김씨는 "코로나19로 결혼 준비하며 마음고생을 많이 했는데 평생의 로망인 신혼여행만큼은 후회 없이 보내고 싶다"며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여행하면 안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해외로 신혼여행을 떠나려는 예비부부가 늘고 있다. 몰디브, 사이판, 괌, 하와이 등 격리 면제가 가능한 휴양지를 중심으로 예약률도 조금씩 오르는 중이다. 여행사들은 전 직원 정상근무 체제로 전환하고 신혼여행객을 겨냥한 패키지 상품을 기획하는 등 '위드 코로나' 준비에 여념이 없다.
7일 인터파크 투어에 따르면 지난달 몰디브 항공권 예약자는 200명이 넘는다. 전달 대비 약 7배 늘었다. 이동시간이 긴 몰디브는 가족여행 수요가 거의 없어 예약자 대부분이 신혼여행객으로 파악된다. 트래블버블(여행안전권역)을 체결한 사이판의 경우 항공권, 리조트를 포함한 패키지 상품은 11월까지 예약이 모두 마감됐고 12월도 마감이 임박했다.
전자상거래(e커머스) 업체 티몬에서도 지난달 사이판 패키지 상품이 1,000건 이상 예약됐다. 사이판은 5일간 지정된 호텔에서 머물러야 하지만 코로나19 검사비용과 여행 경비 지원 등의 혜택이 있어 수요가 몰리고 있다. 마리아나관광청에 따르면 연말까지 사이판 여행을 예약한 한국인은 4,000명에 달한다.
여행사들도 활기를 되찾고 있다. 하나투어와 인터파크 투어는 몰디브, 하와이, 칸쿤 등 신혼여행객을 겨냥한 패키지 상품을 선보였고, 허니문 전문여행사 팜투어도 이달부터 매주 예비부부 대상 해외여행 박람회를 개최한다. 몇몇 여행사들은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100% 환불보장' 정책도 펼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030세대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출국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 듯하다"며 "신혼여행은 평생 단 한번이라는 인식 때문에 일반 여행보다 수요가 빠르게 회복 중"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몰디브는 코로나19 시국에 적합한 신혼여행지로 급부상했다. 200여 개의 섬 하나당 리조트가 한 개씩 있는 꼴이라 사람 간 접촉이 적다. 국제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현지 백신 접종률은 63%에 달한다. 또한 몰디브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승인한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2주가 지나면 격리가 면제된다.
출입국 제한이 완화된 국가를 중심으로 유럽여행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인터파크 투어는 지난달 유럽 패키지 상품 예약이 100건 이상 들어오자 이달 터키 패키지, 11월 스위스 패키지를 준비 중이다. 롯데관광개발도 스위스 패키지 상품을 재개해 지난달 12명의 여행객이 다녀왔다.
여행사들은 관광보다는 이전에 비해 적은 인원으로 휴양이나 체험 중심 상품을 기획 중이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고객이 일정을 자유롭게 조율해 자유여행의 재미도 느끼고 감염의 위험도 줄이는 식으로 상품이 변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