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희수 강제전역 취소 판결... 군 전향적 해법 내야

입력
2021.10.0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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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받은 고(故) 변희수 전 하사를 강제전역시킨 육군의 조치는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7일 나왔다. 성전환 수술을 ‘심신장애’로 본 군의 판단을 위법하다고 본 첫 판결이다. 미국, 영국, 이스라엘 등 각국에서 성전환자의 군복무를 허용하는 등 소수자에 대한 문턱을 낮춰가고 있는 시대적 흐름에 비춰보면 당연한 결정이다.

대전지법은 이날 변 전 하사가 생전 육군참모총장에게 낸 전역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하면서 육군이 심신장애 여부를 판단할 때 변 전 하사의 성별이 명백히 ‘여성’이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성전환 수술 직후 법원에서 성별 정정 신청을 받아들인 데다 변 전 하사가 군에 이를 보고한 만큼 ‘남성 성기 상실 등 심신장애’라고 본 육군의 처분은 원천적으로 위법하다는 것이다.

군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은 처음이기에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성소수자도 훌륭한 군인이 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기고자 했던 변 전 하사에 대한 군의 대응은 낮은 인권 감수성과 폐쇄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유엔인권위원회와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강제전역 조치를 “인권침해"라고 비판했음에도, 군은 변 전 하사가 전역한 ‘민간인’이라며 거리두기에만 급급했다.

변 전 하사는 군의 외면과 사회 일각의 편견과 차별에 비극적 선택을 했지만 법원의 판결로 미흡하나마 죽음이 위로를 받게 됐다. 육군은 이날 재판부의 판결을 존중한다고 밝혔지만 항소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성소수자의 인권 존중과 포용은 한 국가의 성숙도를 상징하는 척도이고 이번 판결은 이런 맥락 속에 나왔다. 육군은 항소를 포기하고 고인과 유족에게 사죄하는 것이 마땅하다. 변 전 하사 사건을 남 일인 양 외면했던 국방부는 이제야 성전환자의 군복무, 성전환 수술 비용 지원 등과 관련해 연구용역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쏟아지는 비판을 모면하기 위한 임시방편이 아닌 인권 관점에서 전향적인 제도 개선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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