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의혹' 들어보셨죠? '20대 대선 정국을 흔들고 있다'며 매일 수십 건의 뉴스가 쏟아지는데요. 도대체 무엇이 문제라는 건지, 화천대유는 뭐고 천화동인은 또 무엇인지 많은 분들이 헷갈려 하시더라고요. 관련 있다는 정치인, 법조인 이름도 줄줄이 나오는 탓에 사건이 복잡해 보이기만 합니다.
학창 시절 고차방정식만큼이나 어려워 보이는 대장동 이슈를 이해하려면 딱 세 사람만 기억하시면 돼요. 남욱, 김만배, 유동규. 언론에서 이 사람들을 '키맨'이라 부르는 걸 보셨을 거예요. 핵심 인물이란 거죠. 지금부터 이 세 사람을 중심으로 대장동 의혹을 설명해 드릴게요.
대장동은 경기 성남시의 재개발 지구예요. 대장동 재개발은 민간과 공기업(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공)이 '성남의뜰'이라는 임시 조직(컨소시엄)을 만들어서 함께 진행했습니다. 문제는 재개발 이후 수익 배분 과정에서 '민간 사업자가 과도한 이익을 가져갔다'는 거예요.
1순위로 성남도공이 1,822억 원을 가져가고, 2순위로 금융 기관이 일정 몫을 챙기기로 했어요. 여기까지는 우선주를 가진 사람들이에요. 그리고 남는 수익금은 보통주를 가진 민간 투자자들이 가져가기로 했어요.
그 민간 투자자가 바로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와 SK증권입니다. 그런데 SK증권 지분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모집한 개인투자자들의 것이었어요. 결국 나머지 수익금은 모두 화천대유와 관계자들에게 돌아갔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 결과 성남의뜰 지분 50%를 가진 성남도공은 1,822억 원을, 7%를 가진 화천대유와 관계자들은 4,040억 원을 배당받는 결과가 나옵니다.
그중에서도 남욱이라는 변호사는 대장동에 투자해 1,000억 원이 넘는 돈을 번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그는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4호의 소유주예요.
남 변호사는 2009년부터 대장동 사업에 뛰어들어요. 서강대 동문인 정영학 회계사와 함께요. 이때 개발 부지의 약 70%를 사들였다고 해요. 그러나 재개발 계획은 취소됐고 부지를 사들이는 데 쓴 자금을 빌려준 저축은행이 파산하는 바람에 땅 소유권을 잃게 됩니다.
설상가상으로 공영개발을 민간개발로 바꾸도록 정치권에 금품 로비를 한 혐의로 2015년 구속기소돼요. 이때 남 변호사의 변호인이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조현성 변호사입니다. 세 사람은 박 전 특검의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 출마로 2014년 인연을 맺습니다. 모두 법무법인 강남 출신이기도 합니다.
남 변호사가 기사회생하게 된 건 2015년 성남시가 대장동을 민관합동 방식으로 개발하면서입니다. 앞서 남 변호사가 사들였던 개발 부지의 70%는 복잡한 권리관계로 얽혀 있었지만, 성남의뜰이 남 변호사를 대신해 차근차근 문제를 풀어가며 토지를 수용합니다.
'성남의뜰-화천대유'라는 구조는 남 변호사의 부동산 사업 파트너 정 회계사가 설계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덕분에 남 변호사는 토지 문제도 해결하고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죠. 손 안대고 코 푼 격입니다.
남 변호사의 변호인 박 전 특검은 화천대유의 상임고문이, 조 변호사는 천화동인 6호의 소유주가 됩니다. 조 변호사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화천대유 초기 자금을 마련하는 역할을 했다고 밝혔어요. 구속된 남 변호사를 대신한 일이었습니다.
남 변호사의 인맥은 공기업인 성남도공으로도 뻗칩니다. 민간사업자 선정 5개월 전 서강대 후배 정민용 변호사가 공사에 입사합니다. 정 회계사와 같은 회계법인에서 일했던 김모 회계사도 합류하고요.
이들은 유동규 당시 성남도공 기획본부장과 함께 민간사업자 선정과 이익배분 방식을 설계하는 핵심 역할을 맡습니다. 그래서 '유동규 별동대'로 불리게 됩니다.
남욱 변호사가 구속된 사이 운전대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잡습니다. 2012년부터 대장동 개발에 관심이 있었던 김씨는 대장동 사업 자산관리사(AMC) 공모 일주일 전 화천대유를 설립해 사업에 뛰어듭니다. 화천대유는 신생회사임에도 AMC로 선정됐고요.
남 변호사가 사업의 터를 닦았다면 김씨는 사업을 만들어가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기자 출신인 김씨의 법조 인맥으로 구성된 화천대유 자문·고문단과 성균관대 인맥이 대장동 개발에 모종의 역할을 했다는 의문이 나오는 상황입니다.
곽상도 의원은 개발 부지의 문화재 발굴 이슈를, 권순일 전 대법관은 대형 송전탑 이전 건을 담당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이들이 모두 화천대유로부터 50억 원을 받기로 했다는 '50억 클럽' 명단에 포함됐다는 주장도 있고요. 곽 의원 아들은 화천대유 퇴직금으로 50억 원을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죠.
결과적으로 김씨는 대장동 사업의 제1 수혜자가 됩니다. 그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화천대유가 성남의뜰 1%의 지분을 갖고 5,000만 원을 투자해 577억 원의 수익을 거두며 '대박'을 쳤기 때문입니다. 화천대유는 대장동 개발 지구 15곳 중 미분양 위험이 적은 5곳의 분양 시행사로도 뽑힙니다. 경쟁 없이요. 김씨 가족과 지인도 천화동인을 통해 각각 100억 원 이상의 수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집니다.
정영학 회계사가 만든 것으로 알려진 '민간이 초과수익을 싹쓸이하는 구조'를 승인한 사람이 당시 성남도공 기획본부장이자 사장 직무대리였던 유동규씨입니다. 유씨는 그 대가로 화천대유로부터 5억 원 뒷돈을 받은 혐의로 최근 구속됐습니다.
유씨는 이후 '유동규 별동대'이자 남욱 변호사의 후배 정민용 변호사와 함께 부동산 개발업체 유원홀딩스를 설립합니다. 한국일보 취재 결과 유씨의 자금 세탁에 이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통신업체의 실소유주가 남 변호사로 파악돼, 세 사람이 '경제공동체'가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유씨가 대장동 '키맨'으로 떠오른 또 다른 이유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관계 때문입니다. 리모델링 조합장 외 별다른 경력이 없었던 그를 대장동 개발 실무자로 발탁한 것이 이 지사이기 때문입니다. 경기지사 당선 이후 2018년엔 유씨를 경기관광공사 사장 자리에도 앉힙니다.
그래서 야권 정치인들이 '유씨는 이 지사의 측근'이라며 이 지사에게도 대장동 사태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그러나 이 지사 측은 '유씨는 산하기관의 직원'으로 그의 일탈에 대한 유감은 표명하겠으나 '측근은 아니다'는 입장입니다. 유씨의 경기관광공사 사장 시절 갈등을 겪은 이후 별다른 관계를 맺지 않고 있다고도 강조했죠.
천화동인 1호 대표인 이한성씨와 이 지사 간 연관설도 있습니다. 이씨가 이화영 킨텍스 대표의 보좌관 출신이기 때문입니다. 경기 평화부지사를 지낸 이 대표는 이 지사의 측근으로 분류됩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이씨와 7, 8년 넘게 연락하지 않았다"며 연관설을 부인하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