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상한제 피한 화천대유, 2,700억 원 더 벌었다"

입력
2021.10.07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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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계약 매입 지구에서 1.39조 분양매출
상한제 적용받았다면 1.12조로 대폭 하락
참여연대·민변 "민관합동 개발이 되레 부작용"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받는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은 덕택에 얻은 추가 이익이 2,700억 원에 달한다는 시민단체 분석이 나왔다. 대장동 개발을 당초 계획대로 공영 사업으로 진행했거나 문재인 정부가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앞당겼다면 막대한 개발 이익이 서민에게 돌아갔을 거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민생경제위원회는 7일 기자회견을 열고 "화천대유가 대장동 5개 개발지구(아파트 4곳, 연립주택 1곳)를 수의계약으로 매입하고 직접 아파트 분양사업을 진행했는데, 분양 당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됐더라면 분양 매출이 2,699억 원가량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분양가상한제는 정부가 정한 표준건축비(기본형건축비)와 감정된 토지 비용(택지비)에 아파트별 추가 비용(가산비)을 더해 상한가를 정하고 그 이하 가격으로 분양하도록 하는 제도다.

분석에 따르면 화천대유는 아파트 4개 지구에서 총 1조3,890억 원의 분양 매출을 올렸지만,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할 경우 매출액이 1조1,191억 원으로 떨어진다. 부문별로는 택지비가 7,823억 원에서 5,173억 원으로, 건축비가 6,067억 원에서 6,018억 원으로 각각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런 계산을 위해 택지비에는 화천대유의 해당 지구 매입대금(4,355억 원)을, 기본형건축비에는 2018년 9월 국토교통부 고시분을 각각 대입했고, 가산비는 최근 분양된 서울 시내 3개 단지(서초 원베일리, 힐스테이트리슈빌 강동, 고덕강일 제일풍경채)의 건축비가산비 평균비율(26.3%)을 반영해 산출했다.

단체들은 "문재인 정부가 분양가상한제를 더 빨리 시행했다면 화천대유의 과도한 분양 이익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근혜 정부 때 폐지됐던 민간 택지 분양가상한제가 2019년 10월 부활했지만, 화천대유 아파트 분양은 이보다 앞선 2018년 12월에 이뤄져 상한가 적용을 받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민관 합동 개발 방식이 화천대유의 특혜를 가능하게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사인 성남의뜰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지분 50%+1주', 화천대유 등 민간기관이 나머지 지분을 갖는 구조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토지 취득은 지방공기업 출자가 50%를 넘는다는 이유로 강제수용이 신속히 이뤄지면서 공공택지와 다름없이 확보됐지만, 막상 분양할 때는 민간 택지라면서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았다"며 "민관 합동 개발로 인해 택지 성격이 모호해지면서 시행사의 자의적 해석 여지가 커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단체들은 "분양가상한제의 철저한 적용과 관련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남근 참여연대 정책위원은 "이제라도 분양가상한제를 전면적으로 확대 시행하고, 국회가 공공택지에서는 공공주택을 80% 이상 공급하도록 하는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을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은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