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밴드 결성한 무슬림 여성들의 '시스터후드'

입력
2021.10.09 10:00
16면
<56> 웨이브 '위 아 레이디 파트'

편집자주

극장 대신 집에서 즐길 수 있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작품을 김봉석 문화평론가와 윤이나 작가가 번갈아가며 소개합니다. 매주 토요일 <한국일보>에 연재됩니다.


'시스터후드'라는 이름의 팟캐스트를 만 3년째 진행하고 있다. '시스터후드'라는 단어는 '자매애'로 번역이 되는데, 혈연으로 이어진 관계보다는 사회적인 의미에서의 자매, 여성이 여성을 부르는 말로서의 '자매'와 그들 사이의 연결과 연대를 의미하는 말이다. 팟캐스트에서는 영화와 드라마, 예능, 다큐멘터리와 같은 영상 콘텐츠뿐만 아니라 책이나 웹툰 등 다양한 콘텐츠를 소개하고 비평하는데, 작품을 선정하는 기준은 하나다. 여성이 만든 여성의 이야기일 것. 단순히 감독이나 작가가 여성이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여성이 중요하게 등장하거나 여성을 이전과는 다른 시각으로 보여주려고 하는 작품들도 '여성의 이야기'로서 다루는 작품에 포함된다. 때로는 화제가 되고 인기를 얻는 작품 속에서 여성이 어떻게 그려지는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뚜렷한 수익구조가 없는 팟캐스트를 3년이나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기획부터 진행까지 모든 과정을 함께하고 있는 동료와 내가, 우리가 하는 일의 의미를 믿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중문화에 제대로 된 여성의 이야기가 더 많아질 때, 이야기를 통해 세상을 배우고 이해하고 만나는 모든 사람이 지금보다 더 넓은 세계를 만날 수 있고,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을 꿈꿀 수 있다는 믿음이 내게는 있다.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는 복잡한 인간으로서의 여성을 더 많은 이야기에서 만나는 것, 그리고 그 이야기를 스스로 써나가는 것이 나의 꿈이다.


'위 아 레이디 파트'는 그런 이야기를 찾는 과정에서 발견하게 된 영국 드라마다. 웨이브에서 볼 수 있는 이 작품은, 회당 러닝타임이 20분이 조금 넘고 6회로 마무리 되는 짧은 이야기다. 여성 펑크 밴드가 등장한다. 당연히 이 소재만으로는 그 어떤 이야기도 만들 수 없으므로, 다른 요소가 추가된다. 만약에 무슬림 여성들만으로 이루어진 펑크 밴드가 있다면 어떨까? 세상은 이 밴드를 어떻게 볼까? 그것만으로도 부족하다. 주인공은 밴드 멤버가 아닌, 재능이 있지만 트라우마로 인해 공연을 하지 못하는 인물이어야 한다. 그의 이름은 아미나 후세인(안자나 바산). "26세, 염소자리, 미생물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죠"라는 아미나의 자기 소개 뒤로, 선을 보는 장면이 이어진다. 정확히 하자. 소개팅이나 일상적인 데이트가 아니라 맞선 자리다. 심지어 아미나와 상대 모두 부모님과 함께, 서로를 마주 보고 있다. 분위기만으로는 상견례다. 아미나는 계속 자신의 신앙심, 정숙함 등을 어필하려고 하지만, 아미나의 엄마가 지나치게 솔직한 태도로 대화에 끼어드는 바람에 선을 망치고 만다. 아미나는 절망한다. 아미나가 간절히 원하는 게 있다면 그건 단 하나, 바로 결혼이기 때문이다.


무슬림 여성 펑크 밴드를 소재로 한다고 했을 때, 아미나는 예상되거나 기대하게 되는 주인공이 아니다. 뚜렷한 개성도 없고, 어떤 면에서는 이슬람교 신앙을 가진 무슬림 여성을 바라보는 편견 섞인 시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기타를 가르칠 수 있을 정도로 잘 치기는 하지만 "정숙하지 못한" 행동이므로 봉사 활동으로 포장하는 아미나와 펑크 밴드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강이 흐르는 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아미나는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인한 심각한 수준의 무대 공포증까지 있다.

반면 신앙심이 깊다는 것을 제외하면 모든 점이 다른 레이디 파트의 멤버들은 모두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다. 리더십과 자존심이 강하고 밴드를 그 누구보다 사랑하는 보컬, 기혼 유자녀 여성으로 다정한 성격이지만 과격한 페미니즘 만화를 그리는 베이시스트, 진한 화장을 하고 우버를 모는 레즈비언 드러머, 눈만 드러내는 이슬람 여성의 전통 의상인 니캅을 입고 있지만 그 누구보다 SNS(사회 관계망 서비스)를 잘 이용할 줄 아는 매니저가 있는 밴드 '레이디 파트'에서 아미나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늘 세상의 시선을 의식하며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싶은 무슬림 여성'에 자신을 맞추려고 했던 아미나는, 레이디 파트를 만나고 해보지 않았던 일을 하면서 조금씩 변해간다. 아미나를 발견하고 밴드 멤버로 영입하기 위해 온갖 일을 벌인 사이라(사라 카밀라 임페이)도 마찬가지다. 밴드만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살아가느라 사람들과 맺는 관계에서는 어려움을 겪던 사이라는, 아미나가 밴드에 들어오고 오디션을 치르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사고를 통해 과거의 상처를 만나며 변해간다. 보통 이 변화를 우리는 성장이라고 부른다. 두 사람 모두, 분명히 성장했다. 하지만 이 성장이 과거의 것을 버리거나, 완전히 바뀌어버리는 방식의 성장은 아니다. 아미나는 성장했지만, 아미나로서 성장했다. 사일라도 마찬가지다. '위 아 레이디 파트'의 가장 큰 장점이 여기에 있다. 아미나는 자기 자신인 채로 레이디 파트의 파트, 한 부분이 된다. 충돌하는 것처럼 보였던 아미나와 레이디 파트의 세계는 서로를 만나 더욱 넓어진다. 이들의 성장은 나 자신인 채로 더 나아지고 나아가기를 원하는 사람, 여성의 성장이다.


하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 되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모든 선택이 종교에 대한 세상의 편견으로 오해받고 재단되는 무슬림 여성이라면 어떨까? 레이디 파트의 매니저 뭄타즈(루시 쇼트하우스)는 공연장을 구하러 다니다가 이런 말을 듣는다. "누가 그렇게 입으라고 강요하면 싫다고 해." 많은 사람이 무슬림 여성의 히잡, 니캅이 강요에 의한 것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경우가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어떤 여성은 그것을 선택한다. 뭄타즈가 "신과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라서 니캅을 쓰는 것처럼. '위 아 레이디 파트'는 무슬림 커뮤니티 안에서도 밖에서도 오해받고, 너무 쉽게 세상의 시선에 재단되며, 선택할 수 있는 한 사람의 여성으로 인정받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무슬림 여성이, 무슬림 여성의 관점에서 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누군가에게는 '나쁜' 무슬림 여성일 수밖에 없는 레이디 파트는, 신과 인간에 대한 믿음을 간직하면서 동시에 어떻게 나 자신이 되어 살아가며 진실을 노래할까? 단순한 형식의 가벼운 코미디 속에서 던지는 질문은 이토록 묵직하다.


페미니스트 시인 뮤리엘 루카이저는 이렇게 썼다. "한 여성이 자신의 삶에 대해 진실을 털어놓는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세상은 터져버릴 것이다." 2016년 이후로 책에서, 기사에서, 강연장에서 자주 보고 또 들었던 이 문장과 만날 때마다, 세상이 언제 터질지 궁금해지곤 했다. 여성을 좌절하고 절망하게 만드는 소식이 끊임없이 들릴 때마다, 여성으로서 겪는 고통에 "나도"라는 공감과 연대의 소리가 더해질 때마다,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았고 제발 세상이 터지기를 바랐다. 이제는 안다. 세상은 이미, 아마도 오래전부터 곳곳에서 터져나가고 있었을 것이다. 침묵하기를 요구받으면서도, 너 자신이 아닌 다른 무언가로 살기를 강요당하면서도, 진실을 털어놓은 여성들은 수도 없이 많았을 것이다. 듣는 사람이 없었을 뿐이다.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 있어야, 진실을 털어놓을 수 있다. 사이라는 "들을 마음이 있는 사람들에게 진실을 이야기하는 밴드" 레이디 파트의 리더로서,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 앞에서 "혈연으로 이어진, 그렇지 않은 모든 자매들을 위해" '위 아 더 챔피언'을 부르기 시작한다. 아미나는 이 곡의 클라이맥스에서 자기 자신인 채로 무대 위에 오른다.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그대로, 밀고 나간다. 말하고 싶고, 들려주고 싶기 때문에. 나의 연주를, 나의 목소리를, 나의 이야기를.

최근 무언가를 보면서 '시스터후드'를 느낀 순간을 말하라고 한다면, 나는 이 장면을 꼽을 것이다. 나도 '우리'의 일부가 되어, 모든 자매들 중 한 사람이자 친구이고, 또 챔피언이 되었던 순간. 내가 알지 못하던 세계에서 복잡한 개인으로 자신만의 싸움을 하며, 그럼에도 나 자신이 되려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만난 순간이다. 팟캐스트 '시스터후드'의 소개는 '여성이 보는 여성의 이야기'로 시작되어 '우리에게는 더 많은 여성의 이야기가 필요합니다'라는 문장으로 마무리된다. 정말이지 그렇다.

윤이나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