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성남도시개발공사가 7시간 만에 초과수익 환수조항을 사업 협약서에서 삭제하는 과정이 담긴 내부 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이 문건을 화천대유가 초과수익을 독식하도록 한 결정적 증거로 보고, 성남도시공사 전 기획본부장 유동규씨의 구체적 역할을 살펴보고 있다.
6일 한국일보 취재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민관합동 업체인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대장동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두 달쯤 뒤인 2015년 5월 27일 성남도시공사 내부 전산망에 남은 다수의 전자문서를 확보했다. 전자문서는 성남도시공사에서 공식적인 보고가 진행될 때마다 전산망에 자동으로 생성되는 문건이다. 문건 내용은 물론 보고한 사람과 보고받은 사람이 모두 기록된다.
검찰이 확보한 2015년 5월 27일 전자문서에는 크게 3가지 문건이 남아 있었다. 우선 오전 10시 33분 개발사업1팀 소속 한모씨가 개발사업1팀장 김문기씨에게 보낸 '사업협약서 검토 요청(수정안)' 문건은 초안에 해당한다. △성남도시공사의 확정 수익 △화천대유 등 민간 사업자가 수익을 가져가는 방식 △초과수익 분배 방식 등이 담겼다. 초안에는 초과수익을 성남도시공사가 가져갈 수 있는 조항이 있었다.
두 번째 문건은 7시간쯤 뒤인 오후 5시 50분에 한씨가 김씨에게 보낸 '사업협약서(재수정안) 검토 요청' 문건이다. 7시간 사이 협약서 초안 내용을 수정해 상관인 김씨에게 다시 보고한 것이다. 두 번째 문건에선 성남도시공사가 초과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조항이 빠졌고, 보통주를 갖고 있는 화천대유 등이 모두 가져갈 수 있도록 사업 구조가 설계됐다. 당시 성남도시공사 사정을 잘 아는 내부 인사도 한국일보에 "7시간 사이에 초과수익 관련 조항이 삭제된 게 맞다"고 전했다.
검찰은 최근 전·현직 성남도시공사 인사들을 잇따라 불러 문건이 만들어진 경위와 변경된 이유를 집중 조사했다.
검찰은 개발사업1팀 소속 한씨가 최초 보고한 사업 협약서 문건을 수정하라고 지시한 인물을 파악하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5월 27일 오후 6시 8분에 전략사업팀장 김모씨가 보고받은 '사업협약서 검토 결과 회신' 문건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당시 대장동 사업 협약서 작성은 개발사업1팀에서 맡았고 전략사업팀은 사업 전반에 대한 검토 및 판단 역할만 담당했다. 그럼에도 한 차례 수정된 사업 협약서가 두 번째 문건이 개발사업팀에 보고된 지 18분 뒤에 전략사업팀에도 보고된 것이다.
검찰은 전략사업팀이 당시 성남도시공사 사장 직무대리를 맡고 있던 유동규씨 직속 조직이란 점을 주목하고 있다. 사업 협약서 초안이 수정 보고되기까지 7시간 사이에 '개발사업1팀→전략사업팀→유씨' 순으로 보고됐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성남도시공사 전직 직원은 "유씨를 중심으로 초과수익 환수조항 삭제 방안을 먼저 논의했을 수 있다"며 "개발사업1팀에서 사업 협약서를 수정해 공식 보고라인인 전략사업팀에 전달한 뒤, 유씨는 별도 보고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실제로 개발사업1팀장인 김문기씨는 유씨 측근으로 알려져 있고, 전략사업팀장인 김씨는 대장동 의혹의 '키맨'인 정영학 회계사의 지인이기 때문에, 두 사람은 긴밀한 의사소통이 가능했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고검장 출신의 한 법조인은 "대장동 사건은 정치권의 핫이슈가 돼버렸기 때문에 다른 어떤 수사보다 객관적인 물증이 기반이 돼야 한다"며 "7시간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파악하는 게 유동규씨의 배임죄 적용을 위한 핵심 조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