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6일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고 5일 박지원 국정원장을 국정원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했다. 고발 사주 의혹과 제보 모의 의혹을 일괄 조사하는 것이다. 공수처는 사건 주임검사도 부장검사에서 여운국 차장검사로 격상시켜 재지정했다. 서울중앙지검의 수사를 이첩받고 야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국정원장을 입건하는 등 수사가 확대된 만큼 공수처 책임이 커졌다고 하겠다. 관건은 형식적 균형이 아닌 본질 규명에 있음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이 사건을 두고 여야는 각각 검찰이 여권 인사 고발을 사주한 총선 개입 사건, 국정원장이 배후에 있는 정치 공작이라고 주장하며 맞서 왔다. 공수처가 신속히 고발 사주 수사에 착수하자 야권에서 중립성 논란을 제기하기도 했다. 박 원장 입건은 이를 의식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윤석열 캠프 측은 지난달 13, 15일 박 원장이 조성은씨와 제보를 모의했다며 고발했고, 왜 수사를 지연시키느냐는 비판을 해왔다. 결국 공수처가 일괄 수사를 통해 본질을 가려내야 한다. 고발 사주 의혹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겠으나 어쨌든 박 원장이 미묘한 시기에 조씨를 만난 데에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도 조사할 필요가 있다.
다만 국민의힘 주장처럼 고발 사주를 정치 공작으로 치부하기엔 의심스러운 근거들이 이미 많이 드러나 있다.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었던 손준성 검사가 김웅 의원에게 고발장을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가 조작 흔적이 없다는 점, 지난해 8월 국민의힘이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을 고발하기 위해 작성한 고발장이 텔레그램 속 고발장과 흡사한 초안을 토대로 쓰여진 점, 이 초안을 작성자에게 건네준 것이 당시 당 법률지원단장이었던 정 의원이었다는 점 등이다. 공수처는 고발장 작성자와 경위, 국민의힘으로 전달된 경로, 그 최종적인 책임자를 밝혀야 할 것이다.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지 않는 길은 수사를 제대로 해 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