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이후 적발된 불법 사무장병원 228곳이 부당하게 챙긴 요양급여를 단 한 푼도 반환하지 않은 채 폐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로부터 환수해야 하는 액수만 해도 1조3,187억 원으로 '먹튀' 사무장병원에 대한 징수 조치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불법 의료기관 요양급여 징수 상세 내용'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올해 8월까지 건보공단이 부당하게 청구된 요양급여에 대한 환수 결정을 내린 사무장병원과 면허 대여 약국은 1,649곳이었다. 이 중 1,225곳은 환수금액이 결정됐고 424곳은 환수금액을 두고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환수금액이 결정된 1,225곳 중 236곳(19.3%)은 부당 청구한 요양급여를 일절 반환하지 않은 채 폐업했다. 이들이 부당하게 챙긴 금액은 사무장병원(228곳)이 약 1조3,187억 원, 면허 대여 약국(8곳)이 약 2,700억 원 등 총 1조5,888억 원에 달했다. 사무장병원 중 환수 결정금액이 가장 많은 곳은 151억 원이었다. 50억 원 이상 부당 이익을 취한 병원도 11곳에 이른다. 환수가 이뤄진 곳은 989곳(80.7%)이었지만, 금액 규모는 미미했다. 전체 환수 결정 금액(1조5,887억 원) 중 9.3%에 불과했다.
더욱이 환수 금액을 두고 소송이 진행 중인 424곳도 그 결과에 따라 환수 결과가 바뀔 수 있다. 건보공단은 이들에 대한 환수가 필요한 액수가 1조9,602억 원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환수가 필요한 전체 금액(3조5,490억 원)의 55.2%에 해당한다.
요양급여 부정수급 혐의로 구속됐던 국민의힘 대선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가 운영했던 사무장병원인 A 요양병원도 31억4,000만 원을 환수하라는 법원 결정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처럼 환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건보공단이 자체 수사권을 갖고 있지 않은 점이 꼽힌다. 수사기관에 협력하는 과정에서 일 처리가 지연되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건보공단에 특별사법경찰권을 도입해야 한다는 법안이 지난해 국회에 발의된 배경이다.
고민정 의원은 "사무장병원은 국민 혈세를 훔치는 도둑"이라며 "수사가 시작되거나 환수 절차가 진행되는 사이 실소유주가 재산을 처분·은닉할 수 있는 만큼 폐업 전 징수를 위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