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쁘긴 한데 불안해요.”
5일 경기 고양시 한강 행주선착장에서 만난 박찬수(63) 전 한강하구 행주어촌계장은 황금장어를 잡아 올린 순간의 감정을 이렇게 기억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어선 수조에서 힘차게 꿈틀거리는 뱀장어(민물장어) 한 마리를 꺼내 보였다. 황금빛에 검은색 반점이 찍힌 몸통은 영락 없는 황금장어의 전형적인 자태였다. 길이 50㎝에 무게 400g정도로 가을철 잡히는 민물장어 중에선 꽤 큰 편이다.
박씨는 “1일 오전 9시 30분쯤 김포대교 위쪽 한강에서 가을 ‘내림 장어’ 조업 중에 게메기 그물로 포획했다”고 말했다.
복과 재물의 상징인 황금장어 출현에 한강 행주어촌계 어부 50여 명(선주 33명)은 “길조(吉兆)”라며 들떴다. 60년 가까이 물고기를 잡아 온 70대 노어부들은 “처음 보는 희귀어종”이라며 올 가을 장어가 많이 잡힐 것으로 기대했다.
60년 만에 행운을 잡았지만, 박씨는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그는 “처음 보는 황금색 물고기여서 놀랐고 좋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한강이 보내는 위험신호 같아 걱정이 앞선다”며 무거운 표정을 지었다.
2017년 충남 청양군 금강지류에서 포획돼 화제가 된 황금빛 뱀장어와 마찬가지로 돌연변이 종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17년째 어부 생활을 이어온 그는 “한강에서 왜 자꾸 변종 어종이 잡히는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행주어촌계 어부 심화식(66) 한강살리기비상대책위원장도 “한강 오염으로 기인된 기형적 돌연변이 물고기”라고 말했다.
이들의 말처럼 한강하구의 이상 징후는 최근 몇 년 사이 부쩍 많아졌다. 2013년부터 봄철이면 어김없이 나타나 실뱀장어 조업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끈벌레가 대표적이다.
한강하구에서 잡은 붕어에선 ‘머스크 케톤’이라는 화학성분이 검출되기도 했다. 환경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로 유렵과 일본 등에서 사용이 금지된 성분이다. 인하대 산학협력단 연구팀은 “서울시 하수처리장 방류수의 한강 유입으로 인한 오염”을 원인으로 추정했다. 최근엔 등이 굽은 기형 물고기까지 잡히고 있다.
박씨는 한강하구 오염의 심각성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촉구했다. 그는 “한강하구 어민의 어획량이 10년 전에 비해 10분의 1로 줄었다”며 “서울시 난지·서남물재생센터 등의 오염수 방류 이후 유해생물과 돌연변이 종이 잇따라 출현하고 있어 원인규명과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