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영 팀장입니다" 경찰 출신 원조 보이스피싱 총책 검거

입력
2021.10.06 17:20
대출가능 문자 보내 수백억 편취
2012년 필리핀서 콜센터 개설 
해외도피 핵심 조직원 8명 검거

일명 '김미영 팀장'을 사칭해 수백억 원을 갈취한 1세대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조직의 총책이 필리핀 마닐라에서 붙잡혔다. 검거된 총책은 2008년 해임된 전직 경찰이었다.

경찰청은 필리핀 코리안데스크와 현지 경찰 등과 공조해 '김미영 팀장 보이스피싱단' 총책 A씨를 지난 4일(현지시각) 검거했다고 6일 밝혔다.

A씨 일당은 2011년 1월부터 피해자들에게 '신용불량자 대출가능' 문자메시지를 통해 수백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2012년부터 필리핀에 콜센터를 개설한 뒤 '김미영 팀장'을 사칭해 보이스피싱 사기 행각을 벌였다. 2013년 당시 사건을 맡은 천안동남경찰서가 조직원 28명을 구속하자, A씨 등 보이스피싱단 주요 간부는 해외로 도피했다.

A씨 등의 검거를 위해 경찰청 인터폴국제공조과가 수사를 지휘하고, 서울경찰청 인터폴국제공조팀이 첩보를 수집했다. 현지 필리핀 코리안데스크는 첩보사실을 확인했고, 국정원과 현지 수사기관과 공조해 수사를 진행했다.

경찰은 국내외에서 수집한 첩보를 바탕으로 7개월간 '김미영 팀장' 조직에서 정산 및 통장확보 등 핵심 요직을 맡았던 4명을 차례로 검거했다. 이 소식을 듣고 부담을 느낀 조직원 2명이 8월과 9월에 코리안데스크에 자수했다.

경찰은 이후 총책의 측근이자 대포통장 관리를 해온 B씨의 주거지를 특정해 지난달 25일 B씨를 검거했다. 이 과정에서 총책 A씨가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남동쪽으로 400㎞ 떨어진 곳에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지난 4일 총책 A씨를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주필리핀 한국대사관 및 필리핀 당국과 협의해, 검거 조직원들을 국내로 신속히 송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필리핀 코리안데스크는 최근 1조3,000억원대 사이버도박 운영조직 총책을 검거하고, 국내 최대 성매매 알선사이트 '밤의 전쟁' 운영자를 검거하는 등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필리핀에 코리안데스크를 파견한 이후 연평균 10명(2013년~2016년)에 달하던 현지 한국인 피살자가 2명 수준(2017년~2020년)으로 감소했다. 경찰청은 향후 코리안데스크를 태국 등 인근 국가에도 확대 설치할 방침이다.

손효숙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