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기강 해이 보여준 산업부 차관 금품 수수 의혹

입력
2021.10.0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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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설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 전담 차관인 박기영 2차관이 에너지 대기업 관계자들로부터 향응과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국정감사에서 불거졌다.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은 5일 산업부 국감에서 “2015년 2월 당시 산업부 에너지수요관리정책단장이었던 박 차관이 한 유흥주점에서 SK E&S 관계자들을 만나 350만 원 상당의 향응과 100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수수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박 차관 향응은 위례 열병합 발전시설 관련 사업이 진행 중인 시점에 벌어졌고, 당시 박 차관은 단장으로서 수년간 지연된 공사 인가계획을 빠르게 진행해 SK에 큰 도움이 됐다. 특히 이 의원은 SK E&S 관계자가 박 차관에게 보낸 “잘 들어가셨습니까? 가방 앞쪽에 작은 성의를 넣어뒀습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까지 뇌물 수수 방증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박 차관은 만남을 부인하지는 않았으나, 업무 얘기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의혹의 사실 여부는 이 의원이 박 차관을 공수처에 고발키로 한 만큼, 향후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의혹은 ‘작은 성의’가 직접 언급된 문자메시지만으로도 공직기강 해이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추문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다. 안 그래도 산업부는 ‘탈원전’ 추진에 따른 원전 월성1호기 경제성 조작 혐의와 관련해 백운규 전 장관이 기소 위기에까지 몰리는 등 어수선한 가운데 추문까지 불거져 분위기 침체가 불가피하게 됐다.

박 차관 사건은 전 정부 때 일이지만, 현 정부 들어서도 크고 작은 공직 비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산업부 관료들의 탈원전 비위 역시 심각한 공직 일탈임은 물론이다. 또 LH 임직원 투기로 불거진 공직자 부동산 투기를 조사한 결과 중앙부처 국장급 공무원의 내부정보를 이용한 투기사례 등 다수의 공직자 연루혐의가 드러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을 정부 교체기에 자칫 해이해지기 쉬운 공직기강을 다잡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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