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당원" 근거 묻자 커뮤니티 글 꺼낸 윤석열..."카더라가 근거냐" 비판

입력
2021.10.06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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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커뮤니티 익명 글을 '증거'로 제시
누리꾼들 "당황스럽다", "지지자 결집용" 
하태경 "검증 없는 카더라 통신 착각하는 듯"

최근 급증한 국민의힘 당원에 위장당원이 포함돼 있다는 주장을 거듭 펴 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인터넷 커뮤니티 글을 그 증거로 제시하고 나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출처 불명의 익명 글을 어떠한 검증도 없이 근거로 들었다는 점에서 대선주자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란 지적이 적지 않다.

윤 전 총장의 '커뮤니티 증거' 발언은 5일 열린 대선 후보 경선 6차 토론회에서 나왔다. 윤 전 총장은 "위장당원 주장의 증거가 있느냐"는 유승민 전 의원의 질문에 미리 준비해온 A4용지를 들여다보며 "증거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증거가 있으니까 계속 문제 삼을 거냐"는 유 전 의원의 질문엔 "투표를 열심히 하자는 얘기"라고 얼렁뚱땅 넘어갔다.


▶유승민 = 위장당원 문제에 대해서는 증거는 없으신 거죠.

▶윤석열 = 증거가 여기 있습니다. (A4용지 들여다보며 설명)

▶유승민 = 어떤 증거가 있습니까.

▶윤석열 = 국힘(국민의힘) 갤러리에도, 지금 여기, 민주당, 친여 성향 지지자분들이 상당히 이중가입을 하면서, 언제까지 하면 누구 찍을 수 있냐 이런 것들이...

▶유승민 = 친여 성향 사람들이 최근에 우리 경선에 개입하기 위해서 위장당원으로 가입했다는 증거가 있다는 말씀이신데요, 그렇다면 앞서 (하태경 의원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는)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그렇게 증거가 있으니 앞으로도 문제를 삼으셔야겠네요.

▶윤석열 = 아니 제가 계속 문제 삼을 일은 아니고, 그런 게 있으니 투표를 열심히 하자는 얘기입니다.

▶유승민 = 증거가 있다면서요.

▶윤석열 = 네. 여기 있습니다.


윤석열 전 총장이 언급한 '국힘 갤러리'는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국민의힘 갤러리'의 줄임말이다.

해당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민주당 지지자로 추정되는 누리꾼들이 국민의힘 당원 가입을 문의하거나, 완료했다는 내용과 함께 인증샷을 찍어 올린 글들이 일부 올라와 있다.

이는 국민의힘 갤러리에서 활동하는 누리꾼들이 여권 성향 지지자들이 많이 모여있는 또 다른 커뮤니티에서 캡처하거나 퍼 날라온 글들이 대부분이다. 윤 전 총장은 이 글들을 근거로 위장당원 주장을 펼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치권은 물론 온라인에서도 반응은 싸늘하다.

별다른 검증 없이 인터넷에 떠도는 익명의 글을 근거로 삼았다는 것 자체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점에서다. 해당 커뮤니티에서조차 "포토샵해서 디씨 사이트에 올리면, 전직 검찰총장이 공신력 있는 증거로 인정해주는 거냐"고 당황스럽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해당 커뮤니티 내부에서도 위장당원 문제 제기는 정치적 노림수를 위한 주장이라는 데 동조하는 의견도 보였다. 한 누리꾼이 "윤석열이 공개 발언할 정도면 규모가 꽤 심각한가 보다"라고 글을 올리자, "지지자 결집용"이라는 댓글이 다수 달리는 식이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인 하태경 의원은 6일 MBC 라디오 프로그램 시선집중에 나와 "윤석열 전 총장은 근거라고 하는데, 개인적인 생각에는 커뮤니티에 떠도는 이야기를, '카더라 통신'을 근거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커뮤니티에 오가는 내용을 검증을 안 하고 발언하는 것 같아서 캠프에 좀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강윤주 기자
전세은 인턴기자
정혜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