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 시험대' 부국제 막 올랐다

입력
2021.10.06 20:10
0면
6일 오후 1200명 참여 속 26번째 막 올려

“안심콜로 전화해주세요.”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사람들이 건물 입구에 들어섰을 때나 다른 층에 진입했을 때, 잠시 밖에 나갔다가 들어올 때마다 보안요원들이 외치는 “안심콜” 소리가 뒤따랐다. ‘안심콜 전화 걸기’는 약과. 이날 오후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열린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행복의 나라로’ 기자회견에선 ‘일회용 마이크’가 등장하기까지 했다. 기자들은 양손에 검은 장갑을 낀 채 딱 한번만 사용할 수 있는 마이크를 들고 감독과 배우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부산영화제 기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조치였다.

제26회 부산영화제가 6일 오후 6시 막을 올렸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국내에서 가장 크게 열리는 영화제다. 유명 가수 콘서트를 제외하면 코로나19 시기 가장 큰 규모로 열리는 문화 행사다. 부산영화제가 의도치 않게 ‘위드 코로나 시험대’ 역할을 하게 됐다. 부산영화제는 15일 막을 내린다.

개막식부터 규모가 다르다. 이날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1,200명이 개막식을 지켜봤다. 야외극장 좌석이 4,000여 석인 점을 감안하면 띄어 앉기가 적절히 지켜진 거지만 1,200명이라는 숫자는 남다르다. 배우들이 화려한 의상을 입고 레드 카펫 위에 서기도 했다. 이날 개막식을 찾은 영화인은 400명가량이다. 지난해 부산영화제는 개막식과 폐막식, 레드 카펫 행사 등이 없이 열렸다.

올해 열린 국내 다른 영화제와 비교해도 확연히 다르다. 전주국제영화제(5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6월), 제천국제음악영화제(8월)는 100명 이내 참석자로 개막식을 치렀다. 한 달 전인 9월 9일 막을 올린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역시 100명으로 개막식 참석자를 제한했다. 전주영화제 등은 레드 카펫 행사 등 야외 행사를 대부분 열지 않기도 했다.

부산영화제의 실험은 개막식 너머에서도 이어진다. 영화의전당에서만 초청작을 상영했던 지난해와 달리 70개국 223편이 영화의전당과 CGV센텀시티,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롯데시네마 대영, 소향씨어터, BNK 부산은행 아트시네마 등 6개 극장에서 상영된다. 지난해에는 초청작 상영이 1회씩에 그쳤지만, 올해에는 2, 3회씩 관객과 만난다. 지난해 상영 1회당 관객수를 50명으로 제한했던 반면, 올해는 전체 좌석수의 50%까지 관객을 받는다. 야외 행사가 적극 열리기도 한다. 감독과 배우들이 영화 팬들과 만나는 오픈 토크, 야외무대인사 행사 등이 코로나19 유행 이전처럼 열린다. 배우들이 관객들과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액터스 하우스’라는 행사가 새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부산영화제 측은 방역 대책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개막식 참가자들은 최근 3일 이내 PCR 검사로 음성 판정을 받았거나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을 마친 지 2주가 지난 자로 한정했다. 기자들에게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취재허가증(프레스배지)을 발급했다. 부산영화제 관계자는 “정부가 연내 ‘위드 코로나’ 정책 시행을 앞두고 부산영화제를 주시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방역 조치에 따라 잡음이 나오기도 했다. 앞의 관계자는 “좌석은 예년보다 적고 참가자 기준이 엄격한데 일부 배우 매니저들이 개막식 입장을 허가해 달라 해 난처한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부산영화제의 대규모 개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부산영화제 같은 대규모 축제가 코로나19 확산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부산 시민들에게서 나온다. 60대 택시기사 박모씨는 “외지인이 대거 모여드는 부산영화제 같은 행사는 솔직히 달갑지 않다”며 “여름 휴가철 부산 지역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급증한 걸 생각하면 대규모 문화 행사를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