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기밀 요구' 저자세 대응에 "미국 산업부냐"… 소수정당의 쓴소리

입력
2021.10.05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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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문승욱 산업부 장관에 일침


“미국 산업부냐. 대한민국 산업부가 왜 미국 편을 드나.”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5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전한 한마디에선 따끔함이 전해졌다. 최근 삼성전자를 포함한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에 반도체 재고 현황 등 영업기밀을 요구한 미국과 관련해 보여준 정부의 저자세에 대한 일침으로 들렸다.

이날 산자위 국감에서 조 의원은 미국 상무부가 삼성전자와 대만 TSMC, 인텔 등 반도체 업체들에 최근 3년치 매출 및 고객 정보, 재고 현황 등 영업기밀을 요구한 점을 언급하면서 “이런 보도가 나온 뒤 정부와 삼성전자의 움직임이 없다”며 “이 같은 미국의 요구를 정당하게 보는 거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문 장관은 “(미국의 요구가)통상적인 상식으로는 이례적인 조치라고 본다”고 답하면서, 왜 미국에 적극적으로 항의하지 않았는지를 묻는 조 의원 질의엔 “국내 업체들의 우려를 미국에 전달했다”며 “미국 정부가 어떤 의도로 이런 요청을 했는지 기업들과 파악하고, 필요하면 미국 정부와도 협의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날 문 장관의 발언은 미국 정부가 국내 기업 등에 반도체 영업기밀 요구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 처음으로 나온 우리 정부 차원의 우려 목소리다.

조 의원의 공세는 이어졌다. 이런 사안의 공론화를 꺼려 하는 산업부 내 분위기를 추가로 지적하고 나선 것. 조 의원은 “미국의 요구는 깡패 같은 행위”라면서 “사전에 산업부에 이와 관련해 문의하니 국익이나 삼성전자를 위해서라도 언론에서 언급되는 게 좋지 않다는 취지로 얘기하더라”며 분개했다.

이에 대해 문 장관이 “처음 얘기 듣는 상황”이라고 답하자 조 의원은 “(직원들에게)보고도 안 받은 거냐”고 되물으면서, 최근 대만 정부가 TSMC와 관련해 미국 상무부 요구에 정면으로 맞선 사례를 언급했다. 타이베이타임스에 따르면 최근 대만 국가발전협의회(NDC)는 “TSMC는 고객과 주주의 권리를 위태롭게 하는 관행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조 의원은 이후에도 (대만 사례를) 청와대엔 보고했는지, 국익이 달린 문제에 너무 온건한 것 아닌지 따져 물으면서 “대한민국 산업부가 왜 미국 편을 드느냐”며 크게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이에 대해 문 장관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 본부장은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이사회 및 세계무역기구(WTO) 통상장관회의 참석을 위해 프랑스 파리 출장 중이다.

김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