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에 상장한 유통플랫폼 쿠팡이 직장 내 어린이집 설치 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확인됐다. 본사 직원과 배송인력을 위한 어린이집 설치는 홍보하고 있지만, 쿠팡의 근간인 물류센터(풀필먼트)에는 어린이집 설치는 물론 위탁보육 등의 대안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쿠팡이 '보여주기식 복지에 매몰된 게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복지 격차 해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일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직장 내 어린이집 설치 의무 대상인 쿠팡 물류센터 18개(고양·광주·김해·대구·덕평·동탄·목천·부천·안성·양산·여주·오산·용인·인천·장지 등)가 모두 의무를 이행하고 있지 않았다.
현행법상 상시근로자 500명 이상 또는 상시 여성근로자 300명 이상이 고용된 사업장에는 어린이집을 설치해야 한다.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사업자는 지역 어린이집과 위탁보육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 그러나 해당 18개 쿠팡 물류센터에서는 어린이집 설치나 대안 마련을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한국일보가 확인한 쿠팡 물류센터 취업규칙상에도 어린이집 관련 규정은 없었다.
물류센터의 사내 육아 복지 환경은 본사 직원이나 배송인력(쿠팡친구)에 비해 대조적이다. 쿠팡은 이들을 위한 자체 어린이집(쿠키즈)을 선릉과 위례에서 운영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 3, 4월 이들 어린이집 개원 소식을 알리며 "직원들의 육아 부담을 덜고 아이 키우기 좋은 직장 문화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홍보했었다.
2021년 6월 기준 쿠팡 물류센터에 등록된 고용보험 대상자는 1만9,764명이다. 2019년(8,411명)보다 2.3배 이상 증가한 규모로, 쿠팡은 올해 물류센터 4곳을 준공할 예정이다. 이처럼 물류센터와 근무자 규모가 향후 증가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 같은 '복지 차별'은 개선해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쿠팡이 비대한 몸집에 비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쿠팡은 올해 2분기 처음으로 분기 매출 5조 원을 돌파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올해 쿠팡의 매출액이 21조8,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쿠팡의 기업가치가 79조 원에 달한다는 분석(김성혁 전국서비스산업노조 정책연구원장)도 있다.
쿠팡 측은 "전국 대부분의 물류센터가 근무자들의 거주지와 거리가 있고, 근무시간 및 근무형태의 특성으로 어린이집 운영에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근무 환경을 좀 더 개선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강 의원은 "여러 여건을 감안하더라도 어린이집 설치가 어려우면 위탁보육이라도 이뤄져야 하는데, 이조차 갖추지 못했다"며 "법적 기준에 맞는 보육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쿠팡 외에 숙박업소 중개업 '야놀자'와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요기요' 운영사) 등 플랫폼 기업들이 직장 내 어린이집 설치 의무를 지키지 않고 있었다. 쿠팡 물류센터와 마찬가지로 위탁보육 등 대안 마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강 의원은 "플랫폼 사업자들의 성장이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근로자 복지와 관련된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