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이슈 중요하다더니? 여가부는 국감 '뒷방' 신세

입력
2021.10.06 11:00
'잘나가는' 부처 끝나야 여가부 차례
여가부·산하기관 감사 기간은 '단 하루'
폐지론 무색하게 '맹탕 국감' 우려

지난 1일부터 국정감사가 시작되면서 정부 부처와 국회 의원실은 그야말로 '비상근무'다. 의원 보좌진들은 송곳 질문을 위해 각종 자료를 모으고, 부처 내 국감 담당자들은 국회 제출용 자료와 예상 질문, 답변 정리에 정신이 없다.

이 난리통에서 비켜난 곳이 있다. 몇 달 전만 해도 젠더갈등 책임론과 대선 후보자들의 폐지 압박에 시달렸던 '여성가족부'다. 그 어느 때보다 젠더 이슈가 중요한 때라며 뜨거웠던 관심이 무색하게, 국감에선 한참 뒤로 밀리는 신세다.

6일 여가부와 국회에 따르면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국감 준비는 이달 중순에야 시작될 예정이다. 여가위 소속 의원실의 자료 요구와 여가부의 회신이 본격적으로 오가는 작업이 시작되려면 아직 멀었다는 얘기다. 여가부 관계자는 "다른 주요 상임위 일정이 마무리된 뒤에 여가부로 자료 요청이 들어오는 터라 좀 늦게 진행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국감 시즌에 접어들면 의원실에선 소속 상임위 감사 대상 부처를 꼬집는 자료 배포에 열을 올린다. 국감 당일에 앞서 관심을 집중시키려는 일종의 '워밍업'이지만, 여가부 쪽은 조용하기만 하다. 성평등을 비롯해 다문화 가정, 학교 밖 청소년, 돌봄 등 여가부 핵심 정책에 대한 문제제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여가부가 관심 밖인 이유는 여가위 자체가 '겸임위원회'라는 한계 때문이다. 단독 상임위를 꾸리기엔 예산 1조 원을 겨우 넘기는 작은 부처라 소위 '레벨'이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여가위 소속 의원들은 저마다 환경노동위원회, 교육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등 본인 '주전공' 상임위가 따로 있고, 그 상임위에 총력을 쏟느라 여가부 이슈는 밀려날 수밖에 없다.

여가부의 소외는 국회 일정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번 제391회 정기국회에서 여가위 법안심사소위는 단 1번, 전체회의도 단 2번 열렸다. 수일에 걸쳐 진행되는 타 국감에 비해 여가위 국감은 22일 단 하루뿐이다. 여가부와 산하기관 등 6개 피감기관 감사를 하루 만에 벼락치기로 끝내는 셈이다.

맹탕 국감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여가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다른 상임위처럼 중요한 논쟁이 오가기보다는 국정과제 이행 여부를 점검하는 수준일 것"이라며 "게다가 올 국감은 '화천대유'가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는 분위기라, 안 그래도 조용한 여가위 국감은 더 관심받지 못할 것 같다"고 전했다.

젠더 이슈가 그리 중요했다면 국회가 국감을 통해 여가부 존재의 의미, 필요한 역할론 등을 짚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는 그래서 나온다. 그렇지 않다면, 여가부 존폐론은 대선 국면과 젠더갈등 이슈몰이를 위한 소모적 소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는 걸 방증하는 꼴이란 측면에서다.

국회 관계자는 "여성인권을 비롯, 핵심 현안도 많고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것들도 많은데 의원실이 국감을 위해 기본적으로 하는 시민단체 의견취합 같은 움직임도 전혀 없는 분위기"라며 "여가부는 폐지론 때만 관심받는다는 우스갯소리대로 흘러가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맹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