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대장동 별동대' 문제, 성남시의회도 예견했다

입력
2021.10.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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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 주도 대장동 사업팀 신설 논란 
성남시의회, 여야 불문 의구심 제기

"성남시와 성남도시개발공사를 통틀어 옥상옥이 되는 조직" (윤창근 성남시의원)

"전략사업팀장을 회계전문가로 뽑는 건 내정된 사람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박윤희 성남시의원)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에서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유동규 별동대'는 신설 당시부터 여야를 불문하고 성남시의원들의 집중 견제를 받았다. 당시 지역 정가에서는 해당 조직의 신설과 관련한 문제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또 3일 구속된 유동규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공) 기획본부장이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에서도 문제를 삼고 있던 정황이 드러난다.

'유동규 별동대'는 2014년 10월 유동규 성남도공 기획본부장의 주도로 신설된 전략사업팀(현 전략사업실)을 말한다. 대장동 개발 민간 사업자 공모 5개월 전 신설된 조직으로 5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대장동 개발 민간 사업자 공모와 심사, 사업자 간 수익 배분 등에 깊숙이 관여했다. 특히 대장동 개발로 막대한 이익을 챙긴 천화동인 실소유주와 대학, 직장 등으로 얽혀 있던 이들이 전략사업팀장과 투자사업파트장 등을 맡아 화천대유자산관리에 특혜를 몰아 준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민주당서도 "개발사업을 5명이 하겠다는 것"

성남시의회는 전략사업팀 신설이 일반적인 조직 개편과 거리가 멀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었다. 본보가 2014, 2015년 성남시의회 회의록을 확인한 결과, 시의원들은 전략사업팀의 신설 배경과 과도한 역할을 문제 삼았다.

박윤희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시의원은 2014년 10월 21일 행정기획위 회의에서 "지금 개발사업본부에서 하는 사업과 전략사업팀 업무가 겹친다"고 지적했다. 2015년 2월 9일에도 도시건설위원회 소속 윤창근 새정치민주연합 시의원이 "개발사업의 머리 역할을 5명(전략사업팀)이 하겠다는 것"이라며 "성남시와 성남도시개발공사를 통틀어 옥상옥이 되는 조직"이라고 비판했다.

'내정설'도 제기됐다. 성남도공이 팀장급인 3급 직원 자격을 '공인회계사 자격증 소지자로서 관련 분야 경력 3년 이상 근무한 경력자'로 한정한 것에 문제를 제기하면서다. 박윤희 시의원은 "회계업무 3년과 전략사업팀이 하고자 하는 주요 업무와는 상관이 없다"며 "'내정된 사람이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고 지적했다. 결국 전략사업팀장은 천화동인 5호 실소유주인 정영학 회계사와 같은 회계법인에서 일했던 김모 회계사가 맡았다.

"유동규, 우월적 지위에서 답변한다" 지적도

시의원들은 유씨를 성남도공의 '실세'로 파악하고 있었다.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이재호 성남시의회 행정기획위원장은 2014년 10월 21일 회의에서 전략사업팀과 관련한 질의 도중 "(성남)도시개발공사 (사람들) 중에서도 유동규 본부장이 유독 우월적 지위에서 답변하시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유씨가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과 가까운 인사라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유씨는 "인신공격적이라고 생각한다"며 반발했다.

성남시의회가 여야를 불문하고 전략사업팀 신설을 반대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당시 행정기획위에서 활동한 이기인 국민의힘 성남시의원은 "유씨 등 도시개발공사 인사들이 워낙 제멋대로 해 야권은 물론 일부 여권(현 민주당) 시의원도 강하게 비판했다"며 "일부 여권 시의원들은 성남도공 관련 정보를 더 많이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여권 내 비판에도 시의회가 전략사업팀 신설을 저지하지 못한 것은 성남도공 내 유씨의 권한이 막강했음을 보여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손영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