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인척이 받은 100억원... 검찰이 불법성 수사해야

입력
2021.10.0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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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대장동 개발 사업자인 화천대유의 대주주 김만배씨가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인척에게 건넨 100억 원을 둘러싸고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당사자들은 사업상 거래라며 문제없다고 해명하지만, 박 전 특검의 아들이 인척 회사에서 근무한 정황까지 드러나는 등 의혹이 커지고 있다. 곽상도 무소속 의원 아들의 퇴직금 50억 원을 포함한 대규모 자금의 성격이나 사용처에 대한 검찰 수사가 불가피하게 됐다.

박 전 특검의 인척으로 분양대행 업체를 운영하는 이모씨는 화천대유가 직접 시행한 대장동 5개 블록의 아파트 분양대행을 독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김씨가 화천대유에서 장기대여금 명목으로 빌린 473억 원 중 100억 원을 이씨에게 전달했다는 점이다. 김씨와 이씨는 “법적으로 문제 될 게 없다” “분양 업무와 관련해 하청업체에 송금했다”는 입장이지만 사업상 거래라는 해명이 석연치 않다. 사업상 거래라면 회사끼리 주고받을 일이지 굳이 법인에서 돈을 빌려 건네는 형식을 취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박 전 특검과 화천대유 및 이씨의 얽히고설킨 관계를 감안하면 100억 원 거래는 더욱 수상쩍다. 2016년 국정농단 수사 특검으로 임명되기 직전까지 화천대유의 고문을 맡았고 화천대유에서 근무했던 딸이 대장동 잔여세대 아파트를 분양받는 등 박 전 특검과 화천대유는 특별한 관계였다. 박 전 특검은 “이씨와는 먼 친척으로 자금 거래에 대해선 전혀 알지 못한다”고 해명하지만, 박 전 특검 아들이 이씨 회사에 근무했던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이쯤 되면 화천대유에서 이씨에게 건너간 100억 원이 자신과 무관하다는 박 전 특검의 말을 믿기 힘들다.

대장동 사태의 키맨으로 불리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구속으로 검찰 수사는 탄력을 받고 있다. 검찰은 곽 의원 아들의 퇴직금이 불법 로비 명목인지에 대해서도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박 전 특검 인척에게 꽂힌 뭉칫돈의 성격이나 사용처 또한 검찰 수사를 통해 규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