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7월 지하철 보안관들에게 특별사법경찰권(특사경)을 부여하는 법 개정 절차에 나섰지만 3개월 넘게 뚜렷한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법무부의 긍정적 반응에도 불구하고, 권한 남용 가능성과 업무 중복 등을 우려한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어서다.
서울시는 3개월 전 지하철 보안관에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의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개정 추진을 공식화했다. 최근 늘고 있는 지하철 내 성범죄 사건과 마스크 미착용자 단속 등 각종 범죄에 실효성 있게 대처하기 위해 특사경 권한 부여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시의 입장이다. 실제 서울의 지하철 내 범죄는 2019년 2,252건, 지난해 2,249건 등 매년 2,000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지하철 보안관들은 신분증 요구와 체포권 등이 없어 범죄 발생 시 신속한 대응에 한계를 보여 왔다.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사법경찰권이 없는 지하철 보안관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단속을 거부한 사례만 263건에 이른다.
시는 7월 주무부처인 법무부로부터 긍정적 회신을 받아, 10년 만의 법 개정에 대한 기대가 컸다. 2015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관련 법 개정이 보류됐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이번에는 권한부여 대상을 지하철 운영기관 임직원, 직무범위를 철도안전법 위반이 아닌 경범죄처벌법 위반 일부 조항으로 축소했다. 하지만 또다시 국회에서 발목이 잡혔다.
의원 입법을 위해 찾는 법사위 소속 의원실에서는 공통적으로 '권한 남용'을 우려하고 있다. 특사경 권한이 지하철 보안관에게 부여되면 경찰권 확대로 인권 침해 등의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다는 게 법사위 의원실의 대체적 판단이다. 서울경찰청 소속 지하철 경찰대와 업무 중복 우려도 반대 이유로 꼽힌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4일 "지하철 경찰대 인원은 180명으로 1~9호선에서 발생하는 모든 지하철 범죄를 통제하기엔 부족하다"면서 "시민들의 안전을 촘촘하게 챙기기 위해서는 지하철 보안관들에 대한 특사경 권한 부여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1~9호선에선 지하철 보안관 291명이 배치돼 있다. 인력 확충이 당장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하철 보안관에 특사경 권한을 부여해 범죄 대처의 실효성을 높이자는 얘기다.
지하철 범죄 증가 추세를 고려할 때 국회도 법 개정에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전문가 지적도 나왔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지하철 범죄가 줄어들지 않고 있지만, 서울의 지하철 경찰대 인원은 적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그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면서 "지하철 보안관들에게 특사경 권한이 부여되면, 이를 통해 거둬들일 수 있는 공익적 가치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